김부겸 전 총리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대구시장에 출마할 전망인 가운데, 국민의힘 출마자들이 김 전 총리와의 일대일 대결에서 고전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5일 나왔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뿐만 아니라 인물 대결에서도 밀리는 결과가 나오자 국민의힘에선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주호영(6선) 의원,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컷오프(공천 배제)에 반발하는 가운데, 주 의원은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다.

영남일보·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 조사에서 김부겸 전 총리는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과 양자 대결에서 47% 대 40.4%로 오차범위(±3.4%) 내 접전을 기록했다. 주호영 의원은 7.1%포인트(p), 추경호(3선) 의원은 9.9%p 로 오차범위 밖에서 김 전 총리에게 뒤졌다. 윤재옥(4선) 의원, 최은석(초선) 의원, 유영하(초선) 의원, 홍석준 전 의원,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은 모두 김 전 총리와 15%p 이상 지지율 격차를 보였다.

그래픽=이진영

야권에선 “국민의힘 후보가 정해지지 않았고, 선거가 임박하면 무응답층 일부도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그동안 당이 ‘TK(대구·경북) 자민련’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는데, 이제는 대구도 내주고 ‘경북당’이 될 판”이라고 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내 ‘징계 국면’ ‘노선 갈등’으로 대구 민심이 안 그래도 좋지 않았다”며 “‘당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대구 시민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22일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을 컷오프하면서 대구의 당 지지층이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여론 조사에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선출 방식과 관련해 응답자의 42.3%는 컷오프 없는 경선 방식을 원한다고 답했다. 현재처럼 일부 후보를 컷오프하는 제한 경선은 17.4%, 당 지도부가 후보를 지정하는 전략 공천은 12.4%가 선호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의 대구시장 공천 잡음은 이어지고 있다. 주호영 의원은 26일 법원에 당 공관위의 컷오프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할 예정이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컷오프 결정이 무효가 돼 선거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된다. 주 의원 측은 탈당과 무소속 출마는 거론하기 이르다는 입장이지만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고 있다. 당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와의 이른바 ‘주한 연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채널A 유튜브에서 “주 의원은 제가 주장하는 보수 재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씀했다”며 “우리는 이미 연대하고 있다”고 했다.

최악의 국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원내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 대구 시장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는 등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뉴스1

이진숙 전 위원장도 이날 조선일보 유튜브 ‘흑백여의도’에서 “여러 여론 조사에서 제가 압도적인 1위인데도 컷오프됐다”며 “이후에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 ‘투표 안 하겠다’는 대구 시민이 많다”고 했다. 이 전 위원장은 자신을 컷오프한 이정현 공관위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당 공천 갈등에 대해 “지금 시끄러운 이유는 단 하나다. 변화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에서도 컷오프 결정을 재고하지 않을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김부겸 전 총리는 대구시장 출마 여부를 두고 마지막 고민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 자중지란으로 김 전 총리의 승리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특히 중앙정부가 침체된 지역 경기를 살릴 지원책을 내놓을 경우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김 전 총리는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40.33% 득표율로 석패했고, 2016년 총선에서 대구 지역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돼 지지층이 결집하고 무소속 후보가 나와 3자 구도가 되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