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뉴스1

법원이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게 내려진 ‘탈당 권고(사실상 제명)’의 징계 효력을 정지하라고 20일 결정했다. 배현진 의원(당원권 정지 1년)에 이어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처분도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온 것이다. 정치권에선 “자신에게 비판적인 친한계(한동훈계)를 잇따라 징계해 온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말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권성수)는 이날 “윤리위 규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탈당 권고’라는 징계 수위 또한 너무 무겁다”며 김 전 최고위원이 제기한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는 본안 재판 때까지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정지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김 전 최고위원은 “법원의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에서 승소했다”며 “이제 장동혁 지도부가 대답할 차례”라고 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3시 국회 기자회견에서 법원 결정과 관련한 구체적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한동훈 전 대표도 동행한다.

지난 1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위원장 윤민우 가천대 교수)는 ‘당론에 어긋나는 언행(言行)’ 등의 이유로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해 사실상 제명 조치인 탈당 권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윤리위는 김 전 최고위원이 장동혁 대표를 비판하거나,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형성되어 있다고 지적한 것은 ‘해당(害黨) 행위’라고 주장했다.

윤민우 윤리위원장은 “당 대표는 단순한 자연인 인격체가 아니며 하나의 정당 기관”이라며 “당 대표는 당원 개개인의 ‘자유의지의 총합’”이라고 했었다. 그러면서 “이 징계가 선례가 되어 정당 내에 ‘개별 억제’뿐만 아니라 ‘일반 억제’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었다.

이 같은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국민의힘 윤리위 판단은 논란을 낳았다. 윤 위원장 전임자인 여상원 전 국민의힘 윤리위원장 또한 “정당에서 ‘말’을 처벌하기 시작하면, 히틀러 중심으로 똘똘 뭉친 나치당처럼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법원이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는 윤리위 재량권에서 벗어난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정당의 자율성도 헌법이나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보장되는 것으로, 민주적 질서를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규제는 불가피하다”며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는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는 등 그 재량권의 한계를 현저히 벗어났다”고 했다.

김 전 최고위원(왼쪽)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김종혁 페이스북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법원은 ‘도저히 눈 뜨고 못 봐줄 정도’가 아니면 정당의 사무에는 개입하지 않아 왔다”며 “그런 법원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배현진 의원에 이어 김종혁 전 최고위원의 징계에 대한 가처분을 연속으로 인용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통의 보수 정당 국민의힘을 법원이 눈 뜨고 못 봐줄 정도의 비정상 정당으로 만든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민주당 정권의 폭주를 막고 견제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반드시 보수는 재건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배현진 의원도 “신천지를 사이비라고 말했다가 중앙윤리위원회에서 탈당 권고 제명당한 김종혁 전 최고위원의 가처분을 법원이 인용했다”며 “상식은 언제나 제자리에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동혁 대표는 공개 사과해야 한다”며 “장동혁의 썩은 칼, 윤리위도 이제는 스스로 전원 물러나길 바란다”고 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6일 법원은 배현진 의원에게 내려진 윤리위 징계 결정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윤리위가 재량권을 남용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본안 재판 때까지 징계를 정지한다고 했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송언석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오른쪽은 배현진 의원. 2026.03.09 /남강호 기자

배 의원의 징계가 무효화되자 당 안팎에선 “윤민우 위원장은 사퇴하고, 장동혁 대표도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요구가 비등했다. 그러자 윤 위원장은 지난 15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사퇴해야 하느냐”고 반발했다. 다만 장 대표 측은 배현진 의원,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법원의 징계 무효 결정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윤민우 위원장은 가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출신으로, 지난 1월 장 대표가 임명했다. 이후 ‘윤민우 윤리위’는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김종혁 전 최고위원 탈당 권유, 배현진 의원 당원권 정지의 징계를 주도했다. 이 가운데 한 전 대표는 자신의 제명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