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시·도지사 공천을 놓고 국민의힘의 내분이 확산되고 있다. 선거 때마다 공천을 둘러싼 갈등은 있었지만 이번엔 대구·부산 등 핵심 지역 후보 선출을 놓고 공천 기구 내부는 물론 현직 시장, 지역 의원까지 반발하며 대혼란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과 일부 공관위원은 “박형준 부산시장을 컷오프(공천 배제)하고 주진우(부산 해운대갑) 의원을 단수 공천하자”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고 한다. 부산시장 공천에는 현역인 박 시장과 2024년 총선에서 당선된 주 의원 등 2명이 신청서를 냈다. 이정현 위원장은 지난 13일 “공천 과정에서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기 어렵다”며 공관위원장직을 사퇴했다가 15일 복귀하면서 “장동혁 대표가 공천 전권을 맡아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관위원인 곽규택(부산 서·동), 서지영(부산 동래) 의원은 “단수 공천으론 당내 경선이 흥행할 수 없다”며 회의장을 나섰다. 공관위 부위원장인 정희용 사무총장도 “공천 절차와 과정이 예측 가능해야 부산 시민들도 우리 당 후보를 지지할 텐데 지금은 반대로 가고 있다”고 말한 후 이석해 회의가 파행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박형준 시장은 페이스북에 “아무 기준도 없이 현역 단체장을 컷오프 하고 단수 공천을 하는 것은 이기는 공천도 아니고 혁신 공천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했다. 이 위원장을 향해선 “당을 망하게 하는 행위이자 망나니 칼춤”이라고 했다. 박 시장은 경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수 공천 대상으로 거론된 주진우 의원은 페이스북에 “경선을 진심으로 원한다”는 글을 올렸고, 부산 지역 국민의힘 의원 17명 전원은 “한쪽 날개를 부러뜨려 최종 후보의 경쟁력을 스스로 낮추는 결정을 재고해 달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부산시장은 경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것이 정도(正道)”라며 “공관위 결정에 대해 최고위원회가 재의를 요구할 때 재심사를 하는 것이 당헌·당규에 나와 있는 절차”라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 5명을 포함해 9명이 몰린 대구시장 공천 방식을 놓고도 논란이 계속됐다. 예비후보로 등록한 6선의 주호영(대구 수성갑)은 이날 채널A 유튜브에 출연, 이정현 공관위를 겨냥해 “대구 선거를 망치고 더불어민주당에 대구시장을 상납하려고 작정한 사람들 같다”고 했다. 이정현 위원장은 지난 12일 회의에서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한 중진 의원을 컷오프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일부 공관위원의 반발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가운데는 주 의원을 비롯해 윤재옥(4선·대구 달서을), 추경호(3선·대구 달성), 유영하(초선·대구 달서갑), 최은석(초선·대구 동·군위갑) 의원이 대구시장 후보 공천을 신청했다. 주 의원은 “유튜버 고성국씨가 이 위원장을 (공관위원장 자리에) 추천했고, 고씨가 (대구시장 경선에 나온)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손을 잡고 다니면서 선거운동을 하니까 그에 따라 (중진 의원 컷오프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들었다”고도 했다. 공관위는 17일 회의를 열어 대구시장 공천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이날 밤 늦게 회의 일정을 연기하겠다고 공지했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이날 충북지사 후보 공천에서 김영환 현 지사를 컷오프하고 추가 공천을 접수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현역 시·도지사 중 첫 탈락자다. 이정현 위원장은 “경쟁력과 확장성을 기준으로 평가했다”며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결정은 아니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충북지사 후보엔 김 지사, 윤갑근 전 충북도당 위원장, 윤희근 전 경찰청장, 조길형 전 충주시장이 공천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김영환 지사는 페이스북에 “공관위가 자유민주주의의 원칙과 절차를 파괴했다”고 반발했다. 또 “특정인을 정해 놓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충북 정무부지사 출신인 김수민 전 의원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 전 의원은 국민의힘 브랜드전략 태스크포스 단장으로 장동혁 대표가 추진한 당명 교체 작업 실무를 담당해왔다. 김 전 의원은 공천 신청 계획을 묻는 본지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야권 관계자는 “사실상 리더십 부재 상태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이 그나마 승부를 걸어볼 만한 지역의 시·도지사부터 논란이 커질 경우 해당 지역 기초단체장은 물론 수도권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