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의 진행자인 김어준씨가 지난해 6월 29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자신이 기획한 대규모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있던 정청래 대표 등 여권 주요 정치인들이 대거 참여했고, 김씨는 미국 가수 루이 암스트롱의 ‘왓 어 원더풀 월드’를 부르며 등장해 “곧 대법관이 될 김어준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소셜미디어

13일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김어준씨 유튜브에서 제기된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와 검찰의 보완 수사권 거래설’에 대해 “매우 부적절한 가짜 뉴스”라며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에서 아마 이걸 조사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홍 수석은 이날 KBS에 출연해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방미심위는 지상파, 종편과 유튜브 등 뉴미디어의 가짜 뉴스를 심의하고 제재한다.

지난 10일 김씨 유튜브에 나온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에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를 요청했다’는 취지로 주장해 논란이 됐다. 당시 김씨는 장씨에게 “특종”이라고 했다. 이후 벌어진 논란에도 별 입장을 내지 않던 청와대가 사흘 만에 첫 반응으로 ‘제재’를 언급한 것이다.

홍 수석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이날 오후 9시 5분 ‘인터넷 언론은 방미심위 심의 대상이 아니라, 언론중재법에 따른 중재 대상’이라고 정정 공지했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의 유튜브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은 ‘인터넷신문’으로 등록돼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방미심위든, 언론중재위든 김씨 유튜브에서 나온 가짜 뉴스를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은 동일하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날 장씨가 거래설을 제기할지 사전에 몰랐다며 “우리가 왜 사과해야 하느냐”고 했다.

◇“인내심 한계 도달“… 여권서 몰매 맞는 ‘충정로 대통령’

김어준씨 유튜브는 구독자가 227만명에 달하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출연 섭외 전화만 기다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권 내에서 막강한 위치에 있었다. 김씨는 여권에서 ‘충정로 대통령’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각종 음모론의 진원지로 지목돼 “제재가 필요하다”는 비판도 컸다. 여권 일각에서는 김씨가 선거 때마다 후보들을 줄 세우는 등 상왕 노릇을 한다는 불만도 오래전부터 나왔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일 ‘공소 취소 거래설’이 김씨 유튜브에서 제기됐고, 여당의 반발에 이어 청와대까지 13일 김씨 유튜브 제재를 언급했다. 여권 내에선 “김씨에 대한 인내심이 임계점에 도달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달 12일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마친 뒤 질문을 받고 있다./뉴시스

홍익표 정무수석은 청와대 입장을 묻는 질문에 “어이가 없어서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겠다”며 “이런 근거 없는 주장에 일일이 대응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직접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청구하지는 않겠지만, 내부에서 김씨 유튜브는 전혀 제재를 안 받는 데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대로 두면 큰 독이 될 것이란 의견도 많다”고 전했다.

특히 여권 내에서는 김씨가 방송 당시 거래설을 언급한 장인수씨를 제재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이 많다. 장씨가 10일 방송에서 “중요한 거 하나 얘기하고 싶다. 단독 보도다”라면서 거래설을 말하자, 김씨는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큰 취재를 했네” “특종을 했다”고 말했다. 11일엔 다른 출연자가 “거래설이 사실이면 대통령 탄핵 사유”라고도 했다. 이 때문에 여당 내에서도 “장씨와 김씨는 사실상 공범”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씨는 이날 자신을 향한 책임론에 “우리가 왜 사과해야 하느냐”고 했다. 김씨는 “장인수 기자가 그 말을 할 것을 우리와 공유하지 않았다”며 “미리 알고서 짜고 쳤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분들은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건가”라고 했다. 김씨는 “고소·고발이 들어오면 우리는 좋다”며 “모조리 다 무고로 보내 버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장 기자가 (거래설을) 터뜨릴 장소로 선택할 만큼 뉴스공장(김씨 유튜브) 접속자가 많은 걸 우리가 사과해야 하나”라고도 했다.

하지만 ‘사전에 내용을 전혀 몰랐다’는 김씨의 해명이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씨가 김씨 유튜브 출연 전날 자신의 유튜브 게시판에 “검찰 개혁과 관련해 ‘충격적인’ 단독 취재 결과를 전해 드릴 예정”이라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친명계에선 김씨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이제 김씨 방송은 출연하면 안 된다”는 말이 나왔다. 친명계 핵심인 박찬대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당 지도부가 김씨를 빼고 장씨만 고발한 데 대해 “국민과 지지자 정서와 차이가 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박 의원은 “(김씨 유튜브에) 출연하지 않은 지 꽤 오래됐다”며 “아마 출연자가 많이 감소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송영길 전 대표도 라디오에서 “(김씨 유튜브에) 섭외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라고 했다. 친명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논평을 내고 “문제의 발언이 공론화되고 확산된 공간이 바로 ‘김어준의 뉴스공장’이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책임 있는 설명이나 사과는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고소·고발에는 무고죄로 맞대응하겠다는 식의 태도만 보이고 있다.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전북 순창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성토가 쏟아졌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정말 말도 안 되는 공소 취소 거래 음모론에 대해선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검찰 개혁을 방해하고 혹세무민하는 어둠의 세력은 이재명 정부의 대한민국에서 결코 공존할 수 없음을 하루빨리 깨닫길 바란다”고 했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정청래 대표를 겨냥해 “당에서 장씨를 이틀이 지나서야 고발한 것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고 했다. 이어 “해당 방송과 기자가 갖는 사회적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철저한 팩트체크는 기본”이라고 했다. 전날 강력 대응을 지시한 정청래 대표는 이날은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음모론 방송에 출연하는 민주당 국회의원을 기억하겠다”는 말이 나왔다. 친명 지지층에선 작년 8월 민주당 당대표 선거 때 김씨가 정청래 대표를 밀어주면서, 친명 핵심인 박찬대 의원이 패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김씨가 최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합당을 찬성한 것을 두고도 “역시 김어준은 친문(친문재인) 세력이고, 반명(반이재명)의 선봉장”이라는 주장이 나왔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지층 사이에서 김어준씨를 향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어 당분간은 의원들이 선뜻 출연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라며 “김씨 옹호와 비판 사이에서, 지지층 분화가 가속화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