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받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관련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의 노선부터 정상화되어야 한다”면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 신청 마감일인 8일까지 공천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변화를 촉구해왔던 오 시장이 모든 가능성까지 열어 놓고 최후통첩을 던진 것이다. 국민의힘은 9일 당 노선과 관련한 긴급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오 시장은 공천 접수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 노선 정상화라는 선결 과제부터 풀어야 할 것”이라며 “당 지도부와 의원들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로 마감 시한을 한 차례 연기했지만, 오 시장은 여기에도 응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기간을 연장해 추가로 공천 접수를 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오 시장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마지막 호소’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공천 접수를 미루더라도 우리 당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치열한 끝장 토론 자리부터 마련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끝장 토론에서 무엇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인지 결론 내야 한다”며 “현 상태의 경선은 노선 갈등을 부추겨 처참한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지금이라도 장 대표가 ‘윤 어게인’ 세력과 단절하라는 요구다. 오 시장 측은 본지에 “당 지도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않겠다면, 중대 결단까지 포함한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던 나경원(서울 동작을), 안철수(경기 성남분당갑), 신동욱(서울 서초갑) 의원들은 일제히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날까지 서울시장 후보엔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 이승현 인팩코리아 대표 등이 신청했다. 부산시장에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초선인 주진우(부산 해운대갑) 의원이 후보로 신청했다. 경기도지사 후보로는 양향자 최고위원, 함진규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공천 신청을 했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후보 신청자는 6명에 그친 데 반해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대구시장·경북지사에는 모두 15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충남도지사에는 현역인 김태흠 지사를 포함해서 단 한 명도 공천 신청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공천관리위원회 측은 “충남지사의 경우 대전과의 통합 문제가 매듭되지 않은 상황이라 후보 신청자가 없는 것”이라며 “추후에 추가 접수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나”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백브리핑을 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지나치고 있다. 2026.02.02. kgb@newsis.com

국민의힘 의원들의 단체 대화방에서는 “바닥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김미애(부산 해운대을) 의원은 “지금 후보들은 ‘빨간 옷 입고 다니는 자체가 유권자들에게 민폐’라고 한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지도부 비판을 자제했던 김기현(울산 남을) 의원까지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가 눈에 띄게 나빠졌다”고 했다. 충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조길형 전 충주시장도 페이스북에 “후보자들에게 중앙당이 짐이 되어서야 되겠느냐”고 썼다.

지방선거 위기감이 확산하자 송언석 원내대표는 9일 오후 당 노선 변화와 관련한 긴급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들에게 “지금은 선거 승리를 위해 적극적인 의견이 필요한 때”라며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전원 참석해 달라”고 했다. 개혁 성향 의원들 사이에선 “이번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장 대표 측에서는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는 정반대 기류가 감지된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오 시장이 요구한) 끝장 토론이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권파인 김민수 최고위원도 “오 시장은 장 대표가 아니라 이재명(대통령)에 맞서라”고 공세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노선과 관련해 지도부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안다”며 “다가오는 의원총회가 절윤(絶尹)이냐 아니냐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