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배현진 의원이 앞뒤로 앉아 있다. /남강호 기자

법원이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게 내려진 ‘당원권 정지 1년’의 징계 효력을 정지하라고 5일 결정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위원장 윤민우 가천대 교수)가 친한동훈계인 배 의원에 대해 징계 처분을 내린 지 14일만이다. 당 안팎에선 “자신에게 비판적인 친한계를 잇따라 징계해 온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말이 나왔다.

서울 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권성수)는 배 의원이 낸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국민의힘 윤리위가 재량권을 남용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본안 재판 때까지 징계를 정지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배 의원에게 내려진 징계의 정도가 균형을 벗어났고, 이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당원권 정지로 배 의원이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직을 내놓게 돼 6·3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데 중대한 차질이 빚어졌다는 취지다. 서울시당위원장은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권을 갖고 있다. 가처분 인용으로 배 의원은 서울시당위원장에도 복귀하게 됐다.

앞서 당 윤리위는 배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판 댓글을 쓴 사람의 미성년 자녀 사진을 게시한 것이 “중대한 미성년 아동 인권 침해”라고 징계 이유를 밝혔다. 배 의원은 페이스북에 자신을 비난하는 네티즌에 대해 그의 자녀로 보이는 사진을 올리고 ‘자식 사진 걸어놓고 악플질’이라고 했다. 법원은 “해당 사진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돼 있는 상태였다”며 “그럼에도 국민의힘 윤리위는 배 의원이 ‘동의 없이 공개했다’고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리위가) 적법한 절차마저도 준수하지 않아, 충실한 심의로 징계한 것인지에 대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배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민주적 질서를 무너뜨린 장동혁 지도부는 지금이라도 반성하라”고 했다.

청와대 앞에서 ‘상복 의총’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사법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사법 3법을 의결했다. /김지호 기자

앞서 국민의힘 윤리위는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데 이어 친한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 배 의원에 대해 탈당 권유와 당원권 1년 정지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또 장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전·현직 당협위원장 24명, 한 전 대표의 대구 방문에 동행한 친한계 인사 8명에 대한 징계안도 윤리위에 회부된 상태다.

그러나 이날 배 의원에 대한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윤리위를 통한 친한계 압박은 제동이 걸리게 됐다. 당 지도부 인사들은 법원 결정 직후 당 대표실에 모여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본지에 “법원이 정당의 사무에 개입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은 내지 않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여부를 둘러싼 내분이 계속되면서 시장·군수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지방 의원들은 잇따라 탈당하고 있다. 송수연 충북 제천시의원은 지난 3일 “지금 국민의힘은 제대로 된 보수 정당이 아니다. 무소속으로 제천시장에 출마하겠다”면서 당을 떠났다. 태안군수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진 김용필 전 충남도의원도 같은 날 “국민의힘은 지금까지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조차 하지 못한 채 극우 세력에 기대고 있다”면서 탈당계를 제출했다. 지난 2일엔 백수명 경남도의원이 무소속 고성군수 출마를 위해 탈당했고, 김재웅 도의원도 탈당 이후 무소속 후보로 함양군수에 도전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사정이 이렇지만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한다면 지지율이 도리어 더 빠진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지난 4일 당내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그 세력(강성 지지층)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들을 자극해서는 안 되고, 달래고 가야 한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1월 7일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었다”고 했는데 이날 면담에서 이를 언급하며 “사과했더니 지지율이 중도층에서 2~3%포인트(p) 오른 반면 지지층에선 4~5%p 빠졌다”며 “(노선을 바꾸면) 온라인 파급력이 있는 10·20세대가 떨어져 나간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