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포로 교환 과정에서 러시아가 제시한 ‘송환 요구 명단’에 북한군 포로 2명이 여러 차례 포함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3일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밝혔다. 그동안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이들의 송환을 요구했을 것이란 관측은 있었지만, 공식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24~26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의회 관계자 등을 만난 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 귀순 의사를 명확히 밝힌 북한군 포로들이 러시아 측 포로 송환 대상 명단에 여러 차례 포함된 정황을 우크라이나 측을 통해 최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됐다가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리모(27)씨와 백모(22)씨는 그동안 조선일보 인터뷰 등에서 수차례 “한국에 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에 돌아가면 멸족당한다”며 북송을 두려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러시아가 실제 이들의 송환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북한군 포로들이 ‘강제 북송’될 위험이 있다”며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우크라이나에 특사를 보내 이들의 한국 송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北포로들 수차례 한국행 의사… 정부, 특사 보내야"
우크라이나군의 북한군 포로 생포 사실이 알려진 지난해 상반기부터 정부는 “북한군은 헌법상 우리 국민”이라며 송환 노력 중이라고 해왔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러시아나 북한으로의 강제 송환은 절대 수용 불가하다는 기본 원칙과 관련 법령에 따라서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측에 이런 우리의 기본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1년 이상 송환 협상이 진전되지 않으면서, 북한군 포로들이 북송될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민주제도인권사무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지난해 12월 1일까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70차례 포로 교환을 해서 5863명의 전쟁 포로를 돌려받았다. 작년에도 공개·비공개로 수십 차례 포로 교환이 있었다. 대규모 포로 교환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요구대로 북한군 포로를 넘겨주고 자국민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파병 문제를 챙기고 있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서 북한군 포로 문제를 더 비중 있게 다룰 가능성도 크다.
유 의원은 작년 2월 우크라이나 현지를 찾아 북한군 포로들을 면담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서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불허로 면담하지 못했다고 한다. 유 의원은 “현지 의회 등을 통해 북한군 포로 2명이 아직 현지 수용소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2명 외의 추가 북한군 포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러시아에 파병한 병사들에게 포로는 ‘배신자’라며, 적에 생포될 위기에 처하면 수류탄으로 자폭하라는 교육을 하고 있다. 북한군 포로 2명은 강제 북송 시 처형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적도 있다고 한다. 난민 협약과 고문 방지 협약 등 국제법은 누구든지 이처럼 생명·자유가 위협받을 수 있는 국가로 송환·인도돼서는 안 된다는 ‘강제 송환 금지’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전쟁 포로의 대우에 관한 제네바 제3협약에 따라 포로 보호 임무를 수행하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도 2020년 발간한 협약 주석서에서 ‘송환 반대 의사를 밝힌 포로가 본국에서 기본권 침해와 관련한 실질적인 위협에 직면할 경우 송환을 안 해도 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종전이 이뤄지면, 북한이 북한군 포로 2명의 즉각적 북송을 요구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제네바 제3협약 118조에는 ‘포로는 적극적인 적대 행위가 종료한 후 지체 없이 석방하고 송환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이 문제는 결국 양국 정상 간 정치적 결단과 협의가 뒷받침되어야만 실질적인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사안이며, 현지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의원들도 이 점을 강조했다”며 “이재명 대통령께 강력히 요청한다. 더 늦기 전에 우크라이나에 대통령 특사를 조속히 파견해 달라”고 했다.
한편, 유 의원은 이날 “올 2월 기준 북한군 특수부대 4개 여단, 1만명 이상이 쿠르스크 지역에 주둔 중”이라며 “북한이 3만명 규모의 추가 병력 파병을 준비한다는 첩보를 우크라이나 군 당국이 현재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북한군이 러·우 전쟁으로 실전 경험을 쌓는 상황에서 정부는 전훈분석단 파견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유 의원은 북한이 현재까지 포탄 약 710만발과 KN-23, KN-24 탄도 미사일 148발을 러시아에 제공한 것으로 추정되며, 로켓탄 40만발도 추가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또 북한군 107㎜ 및 240㎜ 방사포는 이미 전장에서 사용됐고, 북한이 107㎜ 방사포 166문, 122㎜ 포 94문, 140㎜ 박격포 96문, 170㎜ 자주포 120문, 240㎜ 방사포 120문을 러시아에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