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토요일인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판검사가 법을 왜곡해 적용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형 등에 처하는 내용의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인정하는 재판소원(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등 민주당이 강행해 온 ‘사법 3법’이 모두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법조계와 야당이 ‘위헌적 악법’으로 규정해 온 사법 3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다수 의석으로 상정과 처리를 반복하며 단 4일 만에 강행했다.
이로써 1987년 개헌 이후 40년 가까이 이어온 현행 사법 체계가 충분한 논의 없이 변동을 맞게 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대법원은 이 3법에 대해 사법부 독립을 해치고 사법 체계를 뒤흔들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해왔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도 대법원 증원법 처리에 항의하며 검은 마스크를 쓰고 ‘사법파괴 독재완성’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40년만의 사법체계 대변동… 국회 공청회 한번 없었다
대법관 증원법이 처리되면서 1987년 이후 줄곧 14명이었던 대법관 수는 39년 만에 바뀌게 됐다. 이 법이 공포되면 이재명 대통령은 재임 중 이번에 증원하는 12명과 임기가 만료되는 10명 등 총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대법관 임기는 6년이다. 국민의힘은 현 정권이 대법관 다수를 임명해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앞서 법원장들도 지난달 25일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민주당의 사법 3법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었다. 여기선 “대법관을 늘리면 이들을 보조할 부장판사급 재판연구관도 늘려야 해서 1·2심의 인력 부족으로 재판 지연과 부실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걱정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법 성안 과정에서 사법부의 목소리가 완전히 배제된 데 대한 반발이 컸다. 민주당은 일부 법안에 대해 당 내부 공청회만 열었을 뿐, 국회 차원의 입법 공청회 없이 사법 3법을 밀어붙였다. 대법원은 오는 12~13일 예정된 전국법원장회의 정기회의에서 사법 3법 관련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최근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은 사법 3법에 반발해 취임 42일 만에 사의를 표명했는데, 조희대 대법원장이 후임을 임명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은 사법부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모든 사법 불신의 원흉이자 책임자는 조 대법원장”이라며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길 바란다. 당신은 대법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앞서 논의했다가 잠시 멈춘 법원행정처 폐지 법안 등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사법 체계 개편에 대해 “민주공화국을 해체하고 3·1운동 정신에 반하는 만행”이라며 “사법부 독립을 지키기 위해 제2의 3·1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지난달 23일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 개정안을 단독 처리한 바 있다. 이 법 개정은 원래 헌법재판소가 2014년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가 제한된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절차였다. 그런데 민주당은 ‘국민투표자유방해죄’(제96조)도 개정안에 추가해 논란이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상적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법 집행의 신뢰를 훼손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사전투표·국민투표 및 개표에 관한 허위 사실을 지속해 유포한 사람에 대해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것이다.
법안 내용이 알려지면서 국민의힘은 “입틀막법”이라고 반발했다. 여야 합의 없이 문제의 조항이 들어갔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논란이 일자 부랴부랴 수정에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의원총회를 열어 허위사실 유포 처벌 조항을 삭제하기로 뒤늦게 결정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야당 입장을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며 “공직선거법에 이 내용(허위사실 유포 처벌)을 넣어 다시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5일 본회의 때도 위헌 논란이 일었던 법 왜곡죄 법안을 상정하기 직전에 일부 조항을 수정·삭제하는 등 법 조문을 대폭 고쳤다. 상임위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오른 법안을 ‘땜질 수정’하는 일이 최근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야당을 배제한 채 법안을 밀어붙이더니,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상정 직전에 내용을 슬그머니 수정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며 “졸속 추진과 땜질 수정이 반복되는 입법 행태는 국민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3일까지 2월 국회를 마친 뒤, 5일부터 시작하는 3월 국회에서도 입법 강행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검찰청 해체를 위한 후속 법안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또 최근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진상규명 및 공소취소를 위한 국정조사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6·3 지방선거 전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다. 국정조사를 열려면 본회의에서 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 국정조사 대상에는 이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뿐 아니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뇌물 수수 사건, 문재인 정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