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앞)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전남광주 통합법'을 여당 주도로 처리한 뒤 의사봉을 두드려 선포하고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등 법사위원들은 고성으로 항의하며 거수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날 법사위에는 대구경북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과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도 법사위에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강경한 반대에 처리가 보류됐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국회 본회의에 그동안 드라이브를 걸어온 3개 지역 통합 특별법 중 광주·전남만 상정했다. 통합 논의는 이재명 대통령이 작년 12월 대전·충남 지역을 먼저 띄우고 민주당이 밀어붙이면서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대전·충남 통합은 지역 내 반발로 일단 멈췄다. 국민의힘이 주도해 온 대구·경북 통합도 함께 제동이 걸렸다. 민주당은 다음 달 3일까지 계속되는 본회의 기간 동안 최대한 국민의힘을 설득해 대전·충남과 대구·경북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을 단독으로 처리해 본회의로 넘겼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적 상임위 운영에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이 직후 행정 통합 특례 근거 등을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퇴장한 가운데 처리됐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대구·경북, 대전·충남 통합법은 지역에서 이견이 있다며 심사를 보류했다. 국민의힘은 “광주·전남 통합법과 동등한 내용을 담아야 하고, 주민 동의를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3일까지 이어지는 본회의에서 광주·전남 통합법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통합 논의는 작년 12월 5일 이 대통령이 충남 지역 타운홀 미팅에서 “대전·충남을 모범적으로 통합해 보는 게 어떠냐”고 하면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대전·충남 지역 여당 의원들과 오찬을 하면서 6·3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뽑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광주·전남, 국민의힘은 대구·경북 통합까지 하자고 나왔다. 정부는 통합 특별시에 각종 특례를 부여하면서 4년간 최대 20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2월 국회에서 관련 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논의에 속도를 냈다. 각 지역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졸속 추진은 안 된다”며 주민 투표를 시행하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법안 처리를 밀어붙였다. 지난 10~12일 사흘간 행정안전위원회 소위를 열어 법안을 심사했고, 12일 심야에 열린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3개 지역 통합법을 모두 통과시켰다. 광주·전남, 대구·경북 통합법은 여야 합의로 처리했지만, 대전·충남 통합법은 민주당이 단독 처리했다. 행안위 관계자는 “민주당 일부 의원도 속도 조절을 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청와대의 의지를 반영해 단독 처리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행정 통합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통합 지역에 동일한 특별법 조항을 적용하고, 주민 동의를 담자는 입장이다. ‘지방선거 직전 통합’을 내세운 정부·여당안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전·충남은 그간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 주도로 통합을 논의해 왔지만, 여당이 2월 중 법안 처리를 압박하자 대전시의회와 충남도의회는 정부 통합안에 반대했다. 지난 23일 대전시가 발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통합 반대 41.5%·찬성 33.7%였다. 지역 단체들은 24일 서울로 올라와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친여 성향인 민노총도 성명을 내고 “노동권과 공공성을 훼손하는 통합 특별법의 졸속 추진을 철회하라”고 했다.

반발이 커지자 민주당에서도 “이러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기류가 확산됐다. 통합을 여야 합의 없이 밀어붙였다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개 반발이 없는 광주·전남 통합법만 일단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 대통령도 이날 X(옛 트위터)에서 “야당과 대전·충남 시도의회가 통합을 반대한다”며 “천 년의 역사를 가진 광역 행정구역 통합을 충분한 공감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할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내달 3일까지 이어지는 2월 임시국회 기간 동안 대구·경북, 대전·충남 통합법에 대해 여야가 합의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찬성하거나 법안 통과를 요청한다면 재추진해서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선 대구·경북 통합을 두고 언쟁이 오갔다. 찬성파인 주호영 의원은 지도부를 향해 “당 지도부가 반대하는 게 사실이냐. 책임지라”고 했다. 이에 송언석 원내대표는 “내가 반대한 게 아니다” “책임지라고 하면 책임지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사퇴 이야기까지 오갔다. 국민의힘 대구 지역 의원들은 성명을 내 “대구·경북 통합법을 즉각 법사위에서 재논의해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