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1억원의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는 무소속 강선우 의원이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기표한 뒤 기표소를 나오고 있다. /남강호 기자

김경 전 서울시의원으로부터 공천 헌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선우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강 의원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 결과 찬성 164표, 반대 87표, 기권 3표, 무효 9표로 가결됐다. 재적 의원 296명 가운데 263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 강 의원이 속했던 더불어민주당에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체포동의안 가결에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해,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에서 찬성표가 나오지 않으면 가결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반대표가 87표에 달해, 상당수는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번 체포동의안에 대해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 자율 투표에 맡겼었다.

앞서 지난 5일 경찰은 강 의원에게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과 배임수재 혐의가 있다고 보고 강 의원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 9일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튿날 법원은 정부에 강 의원 체포 동의 요구서를 냈다.

체포동의안 제안 설명에 나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따르면, 강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공여자 및 참고인의 진술, 1억원의 사용처, 관련 녹취록 및 해당 공천 결과 등 증거에 의해 혐의가 인정되고, 사안의 중대성과 도주 또는 증거 인멸의 우려 등에 비춰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가 있다”고 했다.

강 의원은 신상 발언을 통해 “(김 전 시의원이 금품을) 주면 반환했다”며 “다섯 차례에 걸쳐 총 3억2200만원을 반환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그런 제가 1억원을 요구했단다. 1억은 제 정치 생명을, 제 인생을 걸 어떤 가치도 없다”고 했다. “공천을 대가로 돈을 받으려 했다면, 즉시 반환을 지시할 이유도, 공관위 간사에게 보고할 이유도, 어려운 과정을 거쳐 돈을 반환할 이유도 없다”고도 했다.

강 의원은 이어 “나름 원칙을 지키며 살았다 생각했지만, 제 처신은 미숙했다”고 했다. 그는 “좋은 세상 만든다는 만족감에 패션 정치를 했던 제 자신을 고백한다”며 “제가 제 수준을 몰랐다. 사죄드린다”고 했다.

강 의원이 본회의장을 떠난 뒤 무기명 투표가 진행됐고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이에 따라 강 의원은 다음 달 초 서울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강선우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체포 동의 요청 이유 설명

법무부 장관입니다. 정부를 대표하여 국회의원 강선우에 대한 체포 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 2026년 2월 9일 강선우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습니다. 범죄 사실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강선우 의원은 2022년 1월 7일 서울 소재 모 호텔에서 전 서울시의원으로부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의원 강서구 후보자로 공천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으면서 현금 1억원의 정치자금을 기부받았다는 것입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따르면, 강선우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공여자 및 참고인의 진술, 1억원의 사용처, 관련 녹취록 및 해당 공천 결과 등 증거에 의하여 혐의가 인정되고, 사안의 중대성과 도주 또는 증거 인멸의 우려 등에 비추어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가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위 구속영장 청구에 따라,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정재욱은 2026년 2월 10일 강선우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 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하였고, 이에 법무부는 정부를 대표하여 국회법 제26조에 따라 강선우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를 국회에 요청하는 바입니다. 이상입니다.

강선우 무소속 의원이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신상 발언을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강선우 의원 신상 발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원식 국회의장님과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강선우입니다.

주면 반환하고, 주면 반환하고, 주면 또 반환했습니다. 지독했던 시간의 마침표를 반환으로 찍었습니다. 다섯 차례에 걸쳐 총 3억2200만원을 반환했습니다. 그런 제가 1억을 요구했답니다. 1억은 제 정치 생명을, 제 인생을 걸 어떤 가치도 없습니다.

22년 1월 대선을 앞두고 지역 보좌관이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겠다고 해 김경 전 시의원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날 의례적으로 건네진 선물은 의미 없이, 무심한 습관에 잊혀졌습니다.

22년 4월 20일, 서울시당 공관위 회의에서 저는 청년인 여성 후보를 찾아 멋지게 선거를 치러 보겠다고 했습니다. 곧바로 김경 후보자로부터 강한 항의 전화가 왔고, 그제야 그 선물이 돈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너무 놀라 보좌관에게 즉시 반환을 지시했고, 공관위 간사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새로운 청년 후보를 찾으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큰 점수 차로 앞서 있던 김경 후보가 공천됐습니다. 저와 김경을 연결시킨 그 보좌관은 제가 1억원을 직접 반환한 후 면직시켰습니다.

만약 공천을 대가로 돈을 받으려 했다면, 청년 공천을 발언할 이유도, 즉시 반환을 지시할 이유도, 공관위 간사에게 보고할 이유도, 어려운 과정을 거쳐 돈을 반환할 이유도 없습니다.

1억 반환 이후, 구청장이 목표였던 상대는 더 집요해졌습니다. 22년 10월, 며칠 만에 몰렸던 고액 후원금 8200만원이 김경 추천으로 확인돼 모두 반환. 23년 1월, 지역 일정 중 초콜릿이라며 차에 밀어 넣은 가방도 직후 공개 일정에서 즉시 반환. 그해 6월, 의원실 독대에서 힘 내시라며 또 주려던 가방도 몸싸움까지 하며 반환. 12월에 들어온 고액 후원금 5000만원은 묻지도 않고 전부 반환했습니다. 가방에 6000만원, 3000만원이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다섯 차례나 돈을 반환했는데, 제가 먼저 요구했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심지어 김경 쪽의 쪼개기 후원과 금품 제공 시도는 제가 먼저 경찰에 알렸습니다.

제가 불법 후원을 또 받을 위험성이 있다며 구속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경찰은 이 사건의 전체 맥락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과연 실체적 진실을 밝힐 의지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경찰은 영장에 지역 보좌관의 이력도, 민주당 경선 과정도 허위로 기재했습니다. 또 국회의원도 도피한 적이 있다며, 낙선 후 야인 시절 수사가 진행됐던 두 전직 의원을 가리켜 현역이라 기재했습니다. 이 허위 사실을 가지고 저의 도주 우려를 말합니다. 현역 국회의원인 제가 어디로 도주하고 어떻게 도피하겠습니까.

나름 원칙을 지키며 살았다 생각했지만, 제 처신은 미숙했습니다. 좋은 세상 만든다는 만족감에 패션 정치를 했던 제 자신을 고백합니다. 땅에 발 붙이지 않은 채 붕 떠 있었습니다. 제가 제 수준을 몰랐습니다. 사죄드립니다.

일곱 살 아이 기저귀 갈아가며, 아이 수술한 곳 소독해 가며 밤새 논문 썼던, 그렇게나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그때의 강선우를 되찾겠습니다. 프린터 실은 캐리어와 여덟 살 아이의 손을 잡아끌고 낯선 미국 땅에서 면접 보러 다녔던, 누구도 곁에 없던 서른셋, 그때의 강선우, 당에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온라인으로 비례대표를 신청했던, 아무 겁 없던 2016년 그 강선우의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불체포 특권 뒤에 숨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더 또렷이 드러내는 일 앞에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