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의 다주택자 대출 연장과 대환 대출 규제 검토 지시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독재적 발상”이라고 이 대통령을 비판했고, 민주당은 “다주택자 기득권을 사수한다”며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신규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내용을 보고, 기존 다주택에 대한 대출 연장 및 대환 현황과 이에 대한 확실한 규제 방안 검토를 내각과 비서실에 지시했다”고 썼다. 이 대통령은 “대출 기간 만료 후에 하는 대출 연장이나 대환 대출은 본질적으로 신규 대출과 다르지 않다”며 “기존 다주택에 대한 대출 연장이나 대환도 신규 다주택 구입에 가하는 대출 규제와 동일해야 공평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21일 논평을 통해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을 정면으로 침해함은 물론, 금융 시장의 근간인 신뢰를 뿌리째 흔드는 금융 독재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임대사업자 대출은 단순한 투기 자금이 아니라, 이미 공급된 주택을 유지·관리하기 위한 운영 자금의 성격이 강하다”며 “대출 연장을 막거나 과도하게 제한할 경우, 임대인들이 급매로 시장에 물량을 쏟아낼 수는 있겠지만, 대다수는 임대료를 올려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어서 “이 대통령의 SNS 부동산 정치는 이러한 부작용과 시장의 복잡한 구조는 무시한 채,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 악마, 적으로 만드는 프레임 조성에만 열중하고 있다”며 “그 결과가 세입자의 주거 불안을 키우는 역설적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노후 대비나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보유한 국민을 ‘투기 마귀’로 몰아세우는 것은 지나친 행태”라고도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특정 집단에 대한 징벌적 대출 규제로 덮으려 하지 말라”며 “무리한 규제는 공급 절벽과 임대료 폭등이라는 부메랑이 돼 국민에게 피해만 전가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출 연장 규제를 강행해 임대 공급이 위축되고 전·월세 불안이 재연된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이 이 대통령의 대출 규제 정상화 의지를 금융 독재라 비판하며 시장을 선동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의 비판에 대해 “민생을 참칭하며 소수 다주택자의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비겁한 방탄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그동안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들은 양도세 중과 배제와 종부세 합산 배제 등 겹겹의 세제 혜택을 누려 왔다”며 “이러한 특혜가 느슨한 대출 연장 관행과 결합되면서, 자산가들이 매물을 시장에 내놓기보다 장기간 보유하며 버티기를 할 토대를 제공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대출 규제 구상을 “기존 다주택자에게만 허용돼 온 비정상적인 특혜 구조를 바로잡고, 이미 진행 중인 대출 규제와의 형평성을 감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은 대출을 조이면 임대료가 오른다며 세입자를 인질로 삼아 정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세입자를 위험으로 몰아넣은 것은 무리한 레버리지를 동원해 다주택을 늘리고 집값과 전·월세를 끌어올린 시장 구조”라고도 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또 “대통령이 제시한 점진적 대출 상환은 감당할 수 없는 부채 구조를 서서히 관리하라는 최소한의 질서”라며 “이를 징벌이라 부르는 것은 대출을 지렛대 삼아 투기적 이익을 누려온 소수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그는 “대출 규제 ‘정상화’를 통해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다주택자가 쥐고 있는 물량이 시장에 나와야 비로소 세입자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소수의 기득권보다 다수 국민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지키는 길을 묵묵히 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