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맨 앞)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날 있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1심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 회견을 한 뒤 이동하고 있다. 이날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것이 “안타깝고 참담하다”면서도 “아직 1심 판결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강호 기자

20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내란 혐의에 대해 무기징역이 선고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거부하면서 당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의원들 사이에선 “당대표가 대(對)국민 전쟁을 선포했다” “장 대표와 절연해야 한다”는 격앙된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장 대표의 발표를 놓고 당 지도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10시 국회 회견장에 입장한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무기징역 선고에 대해 1심 판결임을 강조하면서 “국민의힘은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고 했다. 또 “논리적 허점” “양심의 떨림” 등의 표현을 써가며 1심 판결을 비판했다.

애초 당 안팎에선 윤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나오면 장 대표가 ‘윤 어게인’ 세력과 거리를 두면서 본격적인 외연 확장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선 내란 1심 판결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것이다. 당 관계자는 “애초 장 대표가 준비한 입장문에는 1심 판결문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며 “기자회견 직전 열린 지도부 비공개 회의에서 우려가 나왔고 비판 수위를 낮춘 게 그 정도”라고 했다.

장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한다는 요구를 비판하고 “비록 거칠고 하나로 모여 있지 않더라도 우리와 다른 주장을 하는 분들의 목소리 역시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당 밖의 윤 전 대통령 지지층, 강성 보수층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야권 관계자는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서울·부산시장 선거의 핵심인 중도층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지난 13일 본지 인터뷰에서 “6·3 지방선거 승패의 기준은 서울·부산시장 선거”라며 “여기에 장동혁의 정치 생명이 달렸다”고 했다.

이날 장 대표의 입장 발표에 대해 그간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요구해온 당내 인사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의원은 “장 대표가 국민 보수 노선을 포기하고 ‘윤 어게인’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고, 김재섭(서울 도봉갑) 의원도 SBS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절연할 대상은 바로 윤 전 대통령과 장 대표”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보수는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를 지켜야 한다”며 “윤 어게인 구호에 머무르는 정치로는 중도와 미래 세대를 설득할 수 없다”고 했다. 조은희(서울 서초갑) 의원도 “윤 어게인과 음모론에 기대는 순간, 보수는 중도와 미래를 잃는다”고 했다. 안철수(경기 성남분당갑)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끝난 사람으로, 장 대표는 보수의 새 담론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한 수도권 출마 예정자는 “선포자(선거 포기자) 선언”이라고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본지에 “지금 국민의힘은 국민의 마음에 공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산 부시장 출신인 이성권(부산 사하갑)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가 대국민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국민과 싸우는 당 대표가 설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전날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유죄 판결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던 송언석 원내대표는 장 대표 연설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장 대표의 회견을 두고 관망하던 영남권 의원들 사이에서도 동요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내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선거 앞두고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반응들이 많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이날 장 대표의 ‘절윤 거부’ 선언으로 개혁신당과 선거연대가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은 (내란) 판결이 나온 다음 날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다’라고 했고, 개혁신당은 계엄이 선포된 그날 ‘이것은 헌법 유린’이라 외쳤다”며 “과거가 떳떳한 정치 세력만이 미래를 말할 자격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