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해온 대전·충남 행정 통합 특별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대전·충남, 대구·경북, 광주·전남 등 3개 지역 행정 통합 특별법을 모두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달 말까지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행정 통합 특별법만큼은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는 의견이 상당했지만, 이날 일부 법안이 강행 처리된 데에는 청와대와 정부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 겨냥용 특별법”이라며 반발했다.

뉴시스 김민석(왼쪽) 국무총리가 12일 국회를 찾아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김 총리는 행정 통합 특별법안 신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행안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3개 지역의 행정 통합 특별법과 특례 근거 등을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여야는 광주·전남, 대구·경북 행정 통합 특별법은 합의 처리했다. 각각 텃밭인 호남과 영남 지역 통합에 찬성 뜻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대전·충남 행정 통합 특별법은 민주당이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열린 법안 심사 소위에 이어 전체회의에서도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대통령이 띄우고 민주당이 당론으로 만든 대전·충남 통합 특별법에 대해 “국가의 백년대계가 걸린 행정 통합을 이런 식으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할 수 있느냐”며 반발했다. 또 “실질적인 지방 분권을 위해서 뭘 해야 하는지 좀 더 숙의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野 퇴장 속에… 與, 대전·충남 통합법 사실상 단독 처리

민주당이 처리한 행정 통합 특별법은 새로 출범하는 통합특별시에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을 부여하고, 각종 특례를 제공하면서 4년간 최대 20조원의 재정 지원을 하는 내용이 골자다. 행안위 국민의힘 간사인 서범수 의원은 이날 밤 전체회의에서 “광주·전남, 대구·경북에 대한 부분은 지역 정치인과 지역 주민이 어느 정도 수긍하기 때문에 우리가 동의하면서 법을 통과시키려 한다”며 “그런데 대전·충남 특별법에 대해선 지자체장, 지역 주민들이 반대한다.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2개 법안 처리엔 표결에 참여했고 대전·충남 특별법 표결 땐 주호영 의원을 제외한 모든 의원이 퇴장했다.

정부는 6·3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고 7월 통합특별시를 출범시키려면 반드시 이달 말까지 통합 특별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 10일부터 사흘에 걸쳐 행안위 법안소위를 열어 행정 통합 특별법을 심사해왔고, 12일 법안 처리를 주도했다. 여권 관계자는 “행정 통합법을 단독이라도 통과시키라는 게 청와대와 정부의 뜻”이라고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 이어 이날은 행안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신속한 법안 처리를 당부했다. 김 총리는 “정부·여당이 함께 이 문제를 갖고 양해를 구하고 나아가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정 계획을 입법화하는 문제 또한 대통령이 고심하고 예산 당국과 의논할 것”이라며 “대국민 약속을 해서 지킬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도 저희가 지키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행정 통합이 이재명 대통령의 강한 의지로 추진된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행정 통합법을 이렇게 밀어붙이는 게 맞냐”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민주당 의원은 “지도부도 당초 최대한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행 처리했을 때 지역 반발 등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인데, 잘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부·여당이 주도하고 있는 대전·충남 통합 특별법에 대해 “특정인을 위한 꽃가마법”이라고 해왔다. 대통령이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에 특정 후보를 앉혀 이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인 현 대전시장, 충남지사 모두 “중앙 정부 권한이 제대로 이양되지 않는 통합은 의미가 없다”며 반발 중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최근 공개적으로 “행정 통합은 중대사”라며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2월 내 입법이라는 기한을 정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어떻게 부작용이 없을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논의를 이끌고 있는 광주·전남,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은 내부에서 이견이 있었지만 이날 행안위를 통과했다. 당초 각 당에선 찬성 기류가 강했다가 지역 단체와 일부 출마자를 중심으로 “예상보다 지원이 적다”며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통합에 반대하는 것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리란 판단에 따라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이 지역 통합엔 찬성하기로 한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광주·전남, 대구·경북 통합은 여야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각자 찬성하기로 한 것”이라며 “문제는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대전·충남 통합이다. 행안위는 통과했지만 본회의 통과까지는 여야 합의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