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이 무산됐지만, 양당은 선거 연대와 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로써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주도해온 합당 문제는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이번 논쟁이 차기 당권을 둘러싼 친명, 친청 간 싸움으로 번진 터라 여권 내 갈등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명계 최고위원이 ‘대통령 입장은 통합 찬성’이란 글을 썼다 지우면서 청와대 당무 개입 논란도 일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11일 당 회의에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오직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큰 같음을 바탕으로 총단결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잘하겠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합당에 반대해온 이언주, 강득구 최고위원 등도 다 같이 손을 맞잡았다. 이 최고위원은 “당대표의 충정을 의심하지 않는다”며 “논의가 정리된 만큼, 당 지도부는 화합된 모습으로 당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데 힘을 합치겠다”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전날 정 대표가 제안한 ‘연대 및 통합을 위한 추진 준비 위원회’ 구성에 대해 “동의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가 표명한 사과도 받아들인다”고 했다. 조 대표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 가능성이 나온다. 현재 재·보선 지역은 인천 계양, 경기 평택, 전북 군산 등 4곳이 확정된 가운데, 조 대표가 나올 시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 등이 검토되지만 민주당 내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조국혁신당이 일부 광역단체장 자리까지 요구하면 양당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내홍은 친명계 강득구 최고위원이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인해 이재명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으로 번졌다. 강 최고위원은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난 일을 공개하며 “지방선거 이후에 합당하고 전당대회는 통합 전당대회로 했으면 하는 것이 대통령의 바람이라고 한다”고 썼다. 이어 “합당에 관한 입장을 발표하면, 바로 합당에 관한 수임 기구를 준비했으면 좋겠다는 대통령의 입장까지 전달받았다”며 “이런 내용이 이번 주에 발표되면, 청와대에서는 다음 주 통합과 연동된 이벤트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고도 했다. 이 글은 2분여 만에 삭제됐다.

하지만 이 직후 정 대표가 합당 무산 기자회견을 통해 이 글의 내용과 유사한 발표를 하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청와대의 당무 개입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심각한 당무 개입”이라며 “아마 그런 게 국민의힘이 여당일 때 일어났다면 민주당은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난리 났을 것”이라고 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대통령이 여전히 민주당 당대표 노릇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며 “당무 개입은 민주당이 그토록 부르짖던 대통령 탄핵 사유”라고 했다.

강 최고위원의 글을 두고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보내려던 메시지를 실수로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실제 이 글 말미에는 “총리께서 말씀하신 부분과 편차가 있는 것 같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여권에선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 총리가 정 대표를 흔들기 위해 대통령의 뜻과 반대로 합당을 방해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이어졌다. 김 총리의 최측근인 강 최고위원은 지도부 내 가장 강력한 합당 반대파였는데, 김 총리가 강 최고위원을 앞세워 민주당 내 지방선거 전 합당 반대 여론을 주도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하지만 강 최고위원은 ‘이 글이 총리에게 보고하는 내용이었냐’는 취재진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강 최고위원은 11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사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 글이 계정에 올라간 것을 확인하고 바로 삭제를 지시했다”며 보좌진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이어 “어렵게 합당 논란을 정리한 시점에 사실과 다른 글로 오해를 부르고 누를 끼친 점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도 브리핑에서 “합당은 양당이 결정해야 할 사안이고, 청와대는 이에 대해 어떠한 논의와 입장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