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사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장동혁 대표가 장악한 중앙당과 친한계가 위원장인 서울시당 간의 싸움이 벌어졌다. 중앙당이 배현진 서울시당위원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자, 서울시당은 당권파와 가까운 한 유튜버에 대한 징계 절차를 시작했다.
그런데 서울시당의 유튜버 징계 결정은 중앙당 윤리위나 장동혁 대표가 바꿀 수 있는 반면, 배 의원이 중징계를 받을 경우 서울시당 위원장은 당권파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시·도당 위원장은 지역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공천을 총괄한다. 배 의원에 대한 징계 움직임을 두고, 당내에서는 장 대표가 6·3 지방선거 국면에서 기초 단위의 공천권을 쥐려 한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중앙당 윤리위는 6일 회의를 열어 배 의원에 대한 징계 안건을 논의했다. 당권파인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이 지난달 말 “배 의원이 지위를 이용해 ‘한동훈 제명 반대’가 서울시당 전체 의사인 것처럼 외부에 알렸다”고 주장하며 배 의원을 제소한 것을 받아들여 징계 절차 개시를 의결한 것이다.
당 안팎에선 앞서 한 전 대표에 대해 ‘제명’, 친한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그다음 가는 중징계인 ‘탈당 권유’ 결정을 내린 중앙당 윤리위가 배 의원에 대해서도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배 의원의 징계로 서울시당 위원장 공석 사태가 발생하면, 국민의힘은 당규에 따라 40일 내 새 위원장 선출을 해야 한다. 이때 당권파 의원이 선출될 가능성이 있다. 작년 9월 서울시당 위원장 투표에서 배 의원은 1110표(45.10%)로 당선됐는데, 2위였던 조정훈 의원과의 표차는 50표에 불과했다. 옛 친윤계로 분류되는 조 의원은 당권파로, 현재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방선거가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장동혁 지도부가 새 위원장을 선출하지 않고, 당권파를 위원장 직무 대행으로 임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규에 따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당을 ‘조직 분규’ 등으로 당무 수행이 어려운 ‘사고 시당’으로 의결하면, 당 대표가 직무 대행자를 임명할 수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5일 인구 50만명 이상 기초단체장의 경우, 지역이 아닌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일률적으로 공천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야권 관계자는 “당내 세력이 취약한 장 대표가 자신의 사람들을 공천해 당권을 강화하는 작업에 돌입한 것 같다”고 했다.
서울시당은 지난달 초 당원에 가입한 유튜버 고성국씨에 대한 징계 절차 착수로 맞불을 놨다. 그의 유튜브 방송에는 장 대표 측인 당권파가 자주 출연한다. 조 의원은 해당 유튜버를 ‘특별 특별 특별 당원’이라 했고,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그를 ‘대부님’이라고 불렀다.
배 의원은 최근 친한계인 김경진 서울 동대문을 당협위원장을 서울시당 윤리위원장에 임명했고, 서울시당 윤리위는 6일 해당 유튜버 징계 논의에 들어갔다. 그가 지난달 29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전두환·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진을 당사에 내걸라”고 말한 것이 ‘품위 위반’ 행위 등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당이 그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하더라도, 중앙당 윤리위나 장 대표가 서울시당 윤리위 결정을 바꿀 수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해당 유튜버가 주요 당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최종 징계를 받더라도 배 의원 징계만큼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전 대표의 제명과 관련해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연일 장 대표에게 노선 변경을 주문하고 있다. 오 시장은 7일 TV조선 ‘강적들’에서 “핵심은 절윤(絶尹)”이라며 “당심만 바라볼 게 아니라 민심의 넓은 바다로 나와서 유권자들이 납득할 만한 당의 노선을 정립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수많은 수도권 후보들이 장 대표만 바라보며 지금 속이 타 들어간다”며 “저는 그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 전 대표는 8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토크 콘서트를 가졌다. 지난달 29일 제명된 이후 열흘 만의 공개 활동이다. 1만1000석은 한 전 대표 지지자들로 다 찼고, 배현진·박정훈 의원 등 친한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 전 대표는 “정치하면서 여러 못 볼 꼴을 당하고 제명까지 당하면서도 여러분 앞에 당당히 섰다”며 “제가 제 풀에 꺾여서 그만둘 거라고 기대를 가진 분들은 그 기대를 접으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