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 간에 3대 사법 개편안 처리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6일 알려졌다. 당 지도부가 이르면 2월 중 관련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책위는 법조계와 야당 등에서 위헌 소지를 제기한 법 왜곡죄 법안 등을 수정하자는 입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법사위 강경파 의원들은 원안 그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쪽이다.
3대 사법 개편안 중 하나인 법 왜곡죄는 판·검사 등이 법을 잘못 적용하는 경우 형사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법사위가 지난해 12월 통과시켜 본회의 문턱까지 올라가 있는 상태다. 법안은 세 가지 유형을 ‘법 왜곡 행위’로 규정한다.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는 경우(1항), 은닉·위조 등 불법 증거를 재판이나 수사에 사용하는 경우(2항),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사용하는 등 논리·경험칙에 현저히 반해 사실을 인정한 경우(3항)다.
정책위는 이 조항들을 일부 삭제하고 수정해 본회의에 상정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위 관계자는 “일정 부분이 명확성 원칙에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반영한 결과”라고 했다. 앞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법조 단체도 유사한 이유로 법왜곡죄 신설에 반대해 왔다. 반면 법사위는 정책위의 수정안에 반발하고 있다. 김용민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서 “법왜곡죄는 위헌 소지가 없다”며 “법사위가 통과시킨 원안에서 단 한 글자도 바꿔선 안 된다. 법 왜곡죄가 있었다면 김건희 무죄도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3대 사법 개편안인 재판 소원제를 두고도 정책위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재판 소원은 대법원 판결에 헌법소원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 정책위는 판결 불복의 통로가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재 신임 대법원 법원행정처장도 최근 국회에 나와 “재판소원은 ‘4심제’로 가는 길이고 국민을 ‘소송 지옥’에 빠뜨리게 하는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정책위 관계자는 “당내에서도 위헌이라며 신중론이 나온다”며 “국가 사법 체계를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에 당정청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강경파 의원들은 재판소원도 빠르게 처리하자며, 조만간 법사위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26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놓고도 정책위와 법사위는 인식 차가 있다고 한다. 정책위는 대법관 수 확대는 동의하지만, 사법부 독립 훼손 논란과 정치적 부담을 고려할 때 단계적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반면 법사위는 오래 논의해 온 만큼 이번에 꼭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3대 사법 개편안과 별개로 논의해왔던 법원행정처 폐지와 관련해서도, 정책위 관계자는 본지에 “법원행정처 폐지는 장기적 과제”라며 “이번에 추진할 대상은 아니라고 내부적으로 결론이 난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지난해 12월 민주당 사법개혁특위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사법행정위를 신설하기로 추진해왔지만 이에 대해선 청와대에서도 “신중히 논의하라”는 입장을 당에 전달했다고 한다.
정책위와 법사위가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정책위가 법사위를 설득하지 못할 경우 원안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정청래 대표도 6일 최고위 회의에서 법 왜곡죄,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등 이른바 3대 사법개편 법안에 대해 “사법개혁 역시 반드시 완수하겠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한편, 법사위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임명한 박영재 신임 법원행정처장의 청문회도 예고했다. 박 처장은 최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민주당의 3대 사법 개편안과 법원행정처 폐지 등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취지 파기환송한 주심 대법관이었던 박 처장은 민주당 측 관련 질의에 “법과 원칙에 따른 판결이었다”고 답했는데, 민주당은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