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5일 “내일까지 누구라도 당대표 재신임을 요구한다면 곧바로 전(全) 당원 투표에 나서겠다”고 했다. 당원 투표에서 재신임을 받지 못한다면 당대표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직에서도 사퇴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장 대표는 “당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인사들도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한동훈 전 대표 제명으로 사퇴 요구까지 나오자, 장 대표가 우호적 당원을 믿고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당대표의 사퇴나 재신임을 결정할 수 있는 건 당원밖에 없다”며 “당 대표가 가볍게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당원 요구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16명의 친한계(한동훈) 국회의원은 당 지도부가 한 전 대표를 제명하자, 장 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의원도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장 대표는 “사퇴를 요구하는 인사들도 (당원 투표에서 사퇴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정치적 책임을 각오하라”고 했다. 장 대표 측근인 박민영 미디어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당대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하려면 본인도 배지(의원직) 정도는 걸어야 한다”고 했었다.
전당원 투표 제안 배경에 대해 당 안팎에선 “당원 구성이 장 대표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장 대표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당원 투표에서 52.88%를 얻었다. 여기에 더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입된 신규 당원은 현 지도부에 우호적이라는 것이 당내 평가다.
당 주류인 영남권 의원들 사이에서 “선거가 코앞”이라며 장 대표 사퇴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것도 재신임을 물은 배경으로 꼽힌다. 부산시장 출마설이 나오는 박수영(부산 남구) 의원은 페이스북에 “張(장)의 정면 돌파. 지선 승리로 열매 맺자”고 썼다.
반대로 장 대표의 재신임 당원 투표 제안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실망스럽다”고 했다. 오 시장은 이날 국회 토론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잘못을 반성해야 비로소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도 요구한 것”이라며 “장 대표가 고민이 담긴 답변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변화를 요구한) 사람들에게 ‘자리를 걸라’고 하는 건 공인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용태 의원도 “장 대표가 길을 잃은 것 같다. 국민의힘은 국민과 함께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친한계인 한지아(비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미 결과가 보이는 판을 깔아놓고 ‘당원이 결정한다’는 건 책임 정치가 아니라 계산 정치”라고 했다. 우재준 최고위원도 “‘의원직을 걸라’는 것은 개헌선을 방어해야 하는 제1야당으로서의 책임마저 가볍게 여기는 태도”라고 했다. 이날 현재까지 현역 의원 가운데 장 대표 공개 사퇴를 요구한 사람은 없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위원장 이호선 국민대 교수)는 원외(院外) 당협위원장 37명을 교체하라고 당 지도부에 권고했다. 해당 안건에 대해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협위원장 교체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는 “지방선거가 4개월 남은 상황에서 당협위원장을 대거 교체할 경우 당내 분란이 커질 수 있다”며 “다만 일부 당협위원장에게 경고 신호를 보낸 것은 맞다”고 했다.
장동혁 지도부는 지지층 결집으로 6·3 지방선거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지선은 다른 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어느 진영에서 강성 지지층을 더 많이 결집시키느냐에 따라 선거 승패가 좌우될 것이란 인식이다. 장 대표 측근인사는 “우리 지지층이 당에 실망해 투표장에 안 나오는 순간 지선은 패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 의원은 “시도지사와 수도권 의원들의 우려에도 장 대표가 강성 지지층 결집을 택한 만큼, 지방선거에 대한 책임도 장 대표가 고스란히 져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인구 50만명 이상의 기초단체장’은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일률적으로 공천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당 지도부의 입김이 세질 전망이다. 같은 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1%, 국민의힘은 22%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