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 다음 달 3일까지 합당을 완료하고 조국혁신당 측에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를 나눠주는 방안을 담은 민주당 내부 문건이 6일 보도되면서 민주당 친이재명·친정청래계 간 내홍이 격화됐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최고위원 누구도 알거나 보고받지 못한 내용”이라며 “누가 유출했는지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친명계 최고위원들은 “밀약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합당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아침 동아일보는 ‘합당 절차 및 추진 일정 검토(안)’이라는 민주당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며 그 내용을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문건에 6일까지 조국혁신당과 사전 협상, 9일 합당안 최고위원회 의결, 10~19일 당원 토론회 진행, 20일 합당안 당무위원회 의결, 21~24일 권리당원 투표, 25일 또는 27일 합당안 중앙위원회 의결, 27일 또는 다음 달 3일 합당 신고라는 일정안이 담겨 있다고 했다. 또 “현 지도부 승계 범위 및 통합 지도부 내 조국혁신당 측 배분 비율(지명직 최고위원 등) 합의”라는 문구도 들어 있다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 공보국은 문건에 대해 “1월 22일 당대표의 합당 제안이 있은 후, 실무적으로 당헌·당규에 따른 합당 절차, 과거 합당 사례 등을 정리한 자료”라며 “공식적인 회의에 보고되거나 논의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 공보국은 “조국 대표를 비롯해 조국혁신당 측 누구에게도 통지나 협의가 전혀 없었던 내용”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황명선, 강득구, 이언주 최고위원이 6일 오전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친명계 최고위원들이 문건을 거론하며 정 대표를 비판했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이번 합당 제안이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놓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까 너는 대답만 하면 돼) 합당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했다. 황 최고위원은 “문건에 따르면 합당은 (정 대표의 합당 제안) 첫 발언 시점부터 5주 내에 완료된다. 조국혁신당과의 협상은 10일 만에 종료하고, 늦어도 3월 3일까지 일사천리로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라고 했다. 또 “탈당·징계 이력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 방안, 전북지사 공천권까지 제공하려 했다는 내용까지 들어 있다고 한다”며 “밀실 합의가 아니면 성립하기 어려운 일정이고, 밀실에서나 가능한 합의 내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즉각 합당 관련 모든 절차를 중단하고, 관련 문건과 작성자, 작성 경위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밀실·졸속 합당 의혹에 대해 당원에게 공식 사과하고, 합당 추진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도 했다.

강득구 최고위원도 “합당 추진 일정이 아주 상세하게 짜여진 문건이 나왔다”며 “대표는 몰랐다고 하는데, 진짜 몰랐는지, 대표의 지시였는지, 작성 시점이 언제였는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논의가 있었는지, 지분 안배가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또 “(문건에 조국혁신당에) 최고위원 1석을 주겠다는 내용까지 있는데, 사실이라면 밀약을 한 것이다. 전적으로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합당 반대 여론이 높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여주면서 “왜 선거를 앞두고 자꾸 (국민이) 크게 호응하지도 않고, 당내 엄청난 분란이 일고 반대가 있는 합당을 우기는 것이냐”며 “당장 그만두고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친청계 이성윤 최고위원은 “‘집안싸움은 담장 밖으로 내지 마라’는 말이 있다. 집안 문제는 집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밖으로 나가 따로 목소리만 높이며 마치 당이 분열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당을 흔드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문건은 대표도 모르는 실무자 문건이라고 한다”며 “당원들께 문건의 경위를 밝혀 소상히 설명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정 대표는 “출근길에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정 대표는 “정식 회의에 보고되지도, 논의되지도 않았고, 실행되지도 않았던 실무자 작성 문건이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조승래 사무총장에게 “누가 그랬는지(문건을 유출했는지) 엄정하게 조사해 주시고,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문건 내용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오해를 살 수 있는 내용들”이라며 “저도 신문을 보고 알았고, 최고위원 어느 누구도 알거나 보고받지 못한 내용들”이라고 주장했다.

최고위가 끝나고 조승래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그 문건은 1월 27일경에 작성한 문건으로 보이고, 실무적으로 작성된 후에 대표나 최고위원회의에 보고되고 논의된 바 없는 문건”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강득구 최고위원이 말한 타임라인(시간표)과 (실제 진행 상황이) 어긋나는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조 총장은 “그 문서는 합당과 관련된 일반적인 절차, 당헌·당규에 정해진 절차, 그동안의 합당 사례로 비춰본 쟁점들을 포함해 7쪽 정도로 작성된 문서”라며 “그런 면에서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밀약설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보이는 문서”라고도 주장했다.

조 총장은 “(문건) 작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대표의 합당 제안이 있었고, 이에 따른 절차와 쟁점, 과거 사례를 정리하는 것은 당연히 실무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또 “(문건은) 당연히 제가 실무자와 상의해서 (실무자에게 시켜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작성 자체보다는 유출 경위가 문제”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오늘 공개된 이른바 ‘합당 계획안’은 그 내용의 구체성으로 보아 당대표가 보고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단순히 실무 차원의 검토라고 하기에는 추진 일정과 방식이 지나치게 정교하고, 내부적으로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돼 왔음을 보여준다”며 “(정 대표는) 조국 대표와 최근까지 어떤 구체적인 협의가 오갔는지, 합당에 대한 당대표의 진심 어린 입장과 향후 계획이 무엇인지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합리적인 조기 수습책이 제시되지 않은 채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면, 당에 대한 충정과 국정 운영의 안정,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부득이 ‘특단의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지방선거 이후 합당 재논의’라는 원칙에 뜻을 같이하는 최고위원, 당무위원, 중앙위원들을 중심으로 한 조직적 결집을 본격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한준호 의원도 “정치적으로 결단해야 하는 시기들을 잡아 타임라인을 잡는 것인데, 이것을 (실무자가) 상의 없이 진행했다는 것 자체가 당무를 했던 사람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며 “여기에 대한 (정 대표의) 해명, 설명, 사과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