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5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신설하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허용하지 않고 보완수사요구권만 주기로 당론을 정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에 대해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했지만, 강경파 주도로 이와 반대되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직제와 관련해서도 사실상 검사와 수사관을 나눈 이원화 구조를 없애고 ‘수사관’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수사 범위도 축소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를 맡은 김한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보완수사권은 인정하지 않고 보완수사요구권을 허용하되, 보완수사요구권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방안을 열어놓고 마련하기로 했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달 12일 중수청·공수청 설치법을 발표하면서 보완수사권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추후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여권 강경파와 강성 지지층은 “사실상 보완수사권을 남겨두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인정할 경우 검찰의 수사와 기소 분리가 퇴색되고, 공소청을 제2의 검찰청으로 만든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일각에선 정부안을 주도한 봉욱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 정성호 법무부 장관 입장 표명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보완수사를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보완수사가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을 예시로 들었다. 이 대통령은 작년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도 “경찰은 믿을 만하냐. 구더기가 싫어도 장독을 없애면 되겠느냐”며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을 언급했었다.
◇與, 중수청 조직 정부안 뒤집어… 검사도 ‘수사관’으로 명칭 일원화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뜻과 반대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남겨두지 않기로 한 것은 당내 강경파와 강성 지지층의 반발 때문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들은 막판까지 민주당 의원을 1대1로 만나 설득 작업을 벌였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다만 민주당은 세부 내용에 대해선 정부와 시간을 갖고 더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청은 오는 10월 폐지되는 가운데, 기존 기소 기능은 공소청으로, 수사 기능은 중수청 등으로 분리된다.
김한규 의원은 “(보완수사권 폐지로 인해) 피해자들이 억울하게 수사 미진이나 지연으로 피해받지 않도록 공소청에서 수사기관에 충분히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사실상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보완수사요구권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만약 어려움이 있다면 시행 과정에서 보완하자는 게 많은 의원들의 의견”이라고 했다. 보완수사요구권 발동 요건에 대해선 “세부적으로 정하지 않고 정부의 입법 재량으로 남겼다”며 “정부가 추후에 형사정책 방향을 정하고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공소청 수장의 명칭도 ‘공소청장’으로 하기로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신년 회견에서 “헌법 조문에 쓰여 있는데 없앨 수 있느냐”고 검찰총장 명칭의 당위성을 설명했었다. 정부안도 헌법 제89조에 명시된 검찰총장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것에 대해서도 반대한 것이다. 다만 위헌 논란을 감안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을 겸한다’는 규정을 포함한 수정안을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또 정부안에선 중수청을 검사 등 법조인 출신의 ‘수사사법관’과 비법조인 출신인 ‘전문수사관’으로 이원화했는데, 민주당은 수사관으로 명칭을 통일해 일원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민주당 일각에선 “조직을 이원화하면 검사·수사관이라는 기존의 검찰 조직과 구조가 동일하다”며 “수사사법관이 기존의 검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해왔다.
민주당은 중수청장 자격 요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안에서는 수사사법관만 맡을 수 있었지만, 15년 이상의 수사 또는 법조 경력이 있으면 가능하게 했다.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15년 이상 수사 실무 경력이 있는 경찰이나 검찰수사관도 중수청장에 임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민주당은 중수청 수사 범위인 9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마약·국가보호·사이버범죄)에선 공직자·선거·대형참사를 제외해 6개로 줄이고, 사이버범죄는 국가 기반 시스템 공격 및 첨단 기술 범죄로 한정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러한 의견을 담은 안을 마련해 조만간 정부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수정안을 마련해 발의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등 소관 상임위에서 다시 검토하는 절차를 거친다. 민주당은 중수청·공소청이 예정대로 오는 10월 출범하려면 늦어도 3월 초까지는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