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일 국회에 출석한 박영재 신임 법원행정처장에게 지난해 5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것을 문제 삼아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이 사건 주심 판사였던 박 처장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했던, 절차에 맞는 판결”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 개혁’ 법안들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직 대법관으로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에 의해 전국 법원의 인사·예산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에 임명된 박 처장은 이날 이 대통령 사건 선고 이후 처음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처음 출석했다가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에 직면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당시 판결에 대해 박 처장이 사과해야 하고, 사퇴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처장은 “당시 판결에 대해서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했던, 절차에 맞는 판결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대법관 때문에 작년 6·3 대통령 선거일이 사라질 뻔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의 유죄가 확정돼 민주당 대선 후보가 없어졌으면 대선 자체가 치러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시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처장은 “위원장을 비롯한 여러 분이 거기에 대해 질책하고 있고, 사법부도 거기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사법부가 더 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 처장은 한편 법 적용과 관련해 판검사를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 왜곡죄’ 도입(형법 개정안)과 관련해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전임 법원행정처장은 법 왜곡죄가 법관에 대한 고소·고발로 이어져 사법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크고, 법리 왜곡의 요건이 너무 주관적이어서 곤란하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박 처장은 “같은 입장”이라고 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게 하는 재판소원제에 대해서는 “국민들을 소송 지옥에 빠뜨리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에 대해 헌재에서 재판소원을 할 수 있는지는 헌법 사항”이라며 개헌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박 처장은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대법관 수가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하급심의 우수 판사들이 대법원에 재판연구관으로 와야 하는데, (이에 따른 공백을) 보충할 방법이 없다”며 “하급심의 약화가 굉장히 크게 우려된다”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나오는 법원행정처 폐지 주장에 대해서도 “사법권의 독립에는 사법행정의 독립도 포함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