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들이 2일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행정 통합’ 추진에 대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적 졸속 추진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중앙정부가 행정 통합의 기준을 제시하고, 자치·재정 분권이 보장된 공통 법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재는 지역별로 별도의 특별법이 제출돼 있다. 시·도지사들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시·도지사 간 회담도 요청하기로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 이장우 대전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이철우 경북지사, 박완수 경남지사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광역자치단체 통합 시·도지사 연석회의’를 가졌다. 민주당 소속인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는 일정상 이유로 불참했다.
시도지사협의회장인 유정복 인천시장은 “(정부·여당은) 지방선거를 몇 달 앞두고 우선 통합 시장부터 뽑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시·도 통합 문제는 법령 개정만 수백 개가 필요하고, 조직·인력·재정 등 문제도 수없이 많다”고 했다. 이어 “현재 강원·전북·제주 특별자치도, 세종특별자치시가 있다. 여기에 대전·충남,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남까지 (특별시가 돼) 특별 공화국을 만들 셈이냐”며 “대한민국 전체가 특별시·도가 되는 우스꽝스러운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정부가 단순히 ‘통합하는 곳부터 인센티브를 주겠다’ ‘떡을 좀 줘서 통합을 유도하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통령이 이 일을 추진하려면 당연히 시·도지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지역 목소리들을 듣는 것이 필수 조건”이라고 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국가 재정과 권한을 지방에 이양해야 하는데, (민주당 법안은) 대통령 공약 사업을 해주겠다는 식의 사탕발림”이라며 “대통령 말 한마디에 시간에 쫓기면서 행정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정부가 광역자치단체 통합에 관한 기본법을 제시해 줘야 한다”며 “반드시 주민투표도 거쳐 주민이 통합 여부를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민주당의 대전·충남 통합 특별법과 광주·전남 통합 특별법을 보면 하나는 ‘할 수 있다’ 하나는 ‘해야 한다’고 돼 있다. 같은 당에서 냈다고는 이해가 안 될 만큼 엄청난 차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재명 정부가 다른 정부들보다는 많이 내려놓은 것 같다”며 “일단 행정 통합을 시작하자”고 했다. 이 지사는 “지금 이대로 가면 지방이 완전히 소멸된다. 특히 전남과 경북이 소멸 1, 2순위 지역이다”라고 했다.
박형준 시장은 비공개 회의 후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 빠른 시일 안에 행정 통합과 관련해 해당 시·도지사들과 간담회 또는 긴급 회의를 소집해서 현장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달라고 요청하기로 단체장들이 합의했다”고 했다. 박 시장은 또 “지금 8개 시·도별로 통합을 추진하는 시·도가 각자 차이가 있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치·재정 분권에 대한 공통의 기준과 원칙을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박 시장은 “대구·경북, 대전·충남, 부산·경남 통합에 대해 그동안 민주당은 소극적이거나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며 “대통령 한마디에 지금 태도가 돌변해서 마치 자신들이 행정 통합을 그동안 추진했던 것처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정치적으로 행정 통합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