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가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데 대해 당내 수도권 인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장 대표 사퇴와 재신임 투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장 대표 측은 ‘당의 변화’를 강조하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인재영입위원장으로 과거 친윤계로 분류됐던 조정훈(서울 마포갑) 의원을 임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의원은 30일 SBS 라디오에서 한 전 대표 제명과 관련해 “현재의 지도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느냐 없느냐를 당원들에게 여쭤봐야 한다”며 “장 대표 재신임에 대한 것도 정치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친한계 의원 16명과 전·현직 원외 당협위원장 24명은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상태다. 친한계 박정훈(서울 송파갑)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한 전 대표 제명 과정에서) 의원들의 뜻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장 대표와 함께 송언석 원내대표의 동반 사퇴를 주장했다. 국민의힘 개혁 성향 의원 모임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 11명은 한 전 대표 제명과 관련해 이날 지도부에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인사들 사이에선 “이대로라면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은 몰살”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서울 30%, 인천·경기에서 21%로 집계됐다. 더불어민주당과 비교하면 서울에서 9%p, 인천·경기의 경우 28%p 낮다.
국민의힘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은 “수도권 출마 예정자들이 패닉 상태”라며 “최종적으로 선거에 나가겠다는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장인 유정복 인천시장도 이날 YTN라디오에 나와 “큰 전쟁(6·3지방선거)이 다가온 상황에서 ‘자폭’ ‘자멸’ ‘자해’라는 내전을 치르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했다. 전날 오세훈 서울시장도 한 전 대표 제명은 ‘자멸의 길’이라며 장 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들은 내달 2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모일 예정이다. 이 자리에선 광역 자치단체 통합 문제 외에 당내 상황도 논의될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당 주류인 영남권 의원들은 대체로 침묵하고 있다. 이들도 사석에선 “현 체제로 지방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말하지만 공개적으로 장 대표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고 있다. 당 관계자는 “수도권 선거가 영남권 의원들의 정치적 생사와는 무관하다 보니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 측은 한 전 대표 제명 이후 지도 체제가 더 안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 일각의 요구대로 당대표가 물러나려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해야 하는데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는 “당내에서 지도 체제를 흔들 만한 동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 측근들은 당대표 사퇴 요구를 “싸구려 평론”이라고 비난했다.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은 “선출직 당 대표의 재신임 투표를 제안하려거든 본인도 (국회의원) 배지 정도는 걸어야 한다”며 “싸구려 평론하기 전에 지지자들이 바라는 시대 정신이 무엇인지 자문하라”고 했다.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지금 사퇴 운운하는 정치꾼들은 국민과 당원을 우습게 알고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2월 4일로 예정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본격적인 지방선거 구상을 밝힐 계획이다. 장 대표 측 인사는 “지방선거 준비가 시작되면 당 내 반발도 잦아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회도 조기에 출범하겠다는 방침이다.
제명된 한 전 대표는 다음 달 8일 토크 콘서트 개최로 지지세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한 전 대표 측은 징계 결정을 무효화하는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