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지사와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행정부시장)을 비롯한 대구·경북 관계자들이 20일 오후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에서 열린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협의 회의에서 손을 잡고 있다./경북도

6·3 지방선거를 4개월 앞두고 지방 행정 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경북도의회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대구시와의 통합에 찬성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광주·전남은 전날 올 7월 출범을 목표로 통합 지방자치단체 명칭을 ‘전남·광주특별시(약칭 광주특별시)’로 정했다. 부산·경남은 이날 2028년 통합을 목표로 올해 주민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의 지원책은 항구적인 재정 분권, 자치 분권 방안으로 보기 어려운 졸속 방식”이라며 지방선거 전 통합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다른 지역의 통합이 현실화하자 목표 시점을 애초(2030년)보다 앞당겼다.

경북도의회는 이날 ‘경북도와 대구시 통합에 관한 의견 제시의 건’을 본회의에 상정해, 찬성 46명, 반대 11명, 기권 2명으로 가결했다. 행정 통합을 위해서는 주민 투표나 시·도의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전날 경북도의회에 행정 통합 추진 내용을 설명하며 “지금 (통합의) 시기를 놓치면 역사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대구·경북은 2020년부터 행정 통합을 추진했다. 2024년 대구시의회가 통합 찬성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경북 일부 지역의 반대, 계엄 사태, 대선을 거치며 통합 논의가 중단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 16일 광주·전남과 대전·충남 통합에 4년간 총 40조원 규모의 지원책을 발표하자 통합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탔다.

그래픽=이진영

정부 인센티브 발표 직후 이철우 경북지사가 통합 추진을 천명했고, 이날 경북도의회가 통합 찬성안을 의결했다. 대구 지역 정치권에선 “이번에 통합해야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있는 광주·전남 수준으로 중앙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주호영 국회 부의장도 지난 17일 “이번 선거 전에 통합하지 못하면 알짜 공기업·국책 사업은 모두 호남과 충청으로 가버린다”고 했다.

정부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광주·전남, 전통적 스윙 보터 지역인 대전·충남의 통합을 추진하자 국민의힘도 텃밭인 대구·경북 통합을 강조하는 측면도 있다. 지난 26일 열린 ‘대구·경북 통합 간담회’에서 국민의힘 경북도당위원장인 구자근 의원은 “대전·충남, 광주·전남 통합 이야기가 오가지만 대구·경북이 인구가 월등히 많고, 면적도 크니 더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관건은 현재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경북 북부 지역의 동의다. 이날 경북도의회에서도 안동, 영주 등 북부 지역 의원들은 “인구 많은 곳으로 자원이 집중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철우 지사는 전날 “(곧 국회에서 발의될 통합) 특별법의 내용 대부분은 북부 지역을 포함한 낙후 지역을 더 지원해 균형 발전을 이루자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왼쪽)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광주전남 통합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제4차 간담회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뉴스1

광주·전남은 통합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르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27일 통합특별시 이름을 ‘전남·광주특별시(약칭 광주특별시)’로 정했다. 통합특별시장이 근무하는 청사는 광주시청과 무안 전남도청, 순천 전남동부지역본부 청사를 쓰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소셜미디어에 “민주주의의 본산답다”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광주·전남 지역 민주당 의원 18명은 다음 주에 ‘전남광주특별시 설치 특별법’도 발의할 예정이다. 2월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고,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통합특별시장을 선출한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광주·전남, 대전·충남에 총 40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재원 마련 방식 등은 불확실하다. 정부는 중앙정부 지출을 연 10조원 줄이는 지출 구조 조정을 하겠다는 구상이지만 구체적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결국 여권의 지방선거용 졸속 매표 공약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부산·경남은 이번 지방선거 이후 주민투표를 통해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는 28일 부산·경남 행정 통합 공동 입장문을 내고 행정 통합을 위해 올해 주민투표로 의견을 수렴하고, 2028년 4월 국회의원 선거 때 통합 자치단체장을 뽑기로 했다. 울산에도 통합 참여를 제안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대정부 건의문에서 “정부가 제시한 4년간 총 40조원 인센티브는 항구적인 재정 분권 방안으로 보기 어렵다”며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방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