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운데)와 송언석 원내대표(왼쪽)를 비롯한 최고위원과 당 지도부들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이른바 ‘당원 게시판 사건’과 관련해 당에서 제명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주재한 최고위원회의 비공개 표결 결과 찬성은 7표, 반대 1표, 기권 1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대표가 2023년 12월 윤석열 정부 법무장관에서 퇴임하고 정계에 입문한 지 26개월 만에 당적(黨籍)을 박탈당한 것이다. 이번 최고위 결정으로 한 전 대표는 향후 5년간 복당이 어려워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9시 정각에 장동혁 대표 주재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장 대표는 공개 발언 때 한 전 대표와 관련한 언급을 따로 하지 않았다. 장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당 최고위원들이 순서대로 공개 발언을 마친 뒤 최고위는 오전 9시 35분 비공개 회의로 전환됐다.

통상 비공개 회의는 국민의힘 사무총장과 전략기획부총장, 홍보본부장 등 당직자들도 함께 참석해 당 주요 결정에 대한 의견을 낸다. 하지만 이날 비공개 회의에는 장 대표, 송 원내대표,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우재준·조광한 최고위원, 정점식 정책위의장 등 최고위 의결 권한을 가진 9명만이 참석했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선 한 전 대표에 대한 제명안(案)이 두 번째 의결 안건으로 올라왔다. 앞서 당 윤리위원회는 지난 14일 당원 게시판 사건에 연루됐다는 책임을 물어 한 전 대표에게 최고 징계 수위인 ‘제명’ 결정을 내렸다. 당원 게시판 사건은 2024년 11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서 한 전 대표 가족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을 비방했다는 의혹이다. 윤리위의 제명 결정은 최고위 의결로 최종 확정된다.

우재준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 전 대표 제명안에 대한 찬반 의결은 거수(擧手) 표결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가 ‘반대 의견이 있는 분이 계십니까’고 묻자 우재준 최고위원만 손을 들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우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졌던 비상계엄에 반대하는 사람(한동훈)을 제명하는 건 당의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다른 참석자들의 별다른 반응이 없자 우 최고위원은 반대 표결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 비공개 회의장을 나가려고 했다. 한 참석자가 “그래도 회의에는 끝까지 참석하는 게 예의 아니냐”고 말했지만 우 최고위원은 그대로 회의장을 떠났다. 우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회의에 끝까지 남아있는 게 의미 없다고 생각해서 나왔다”고 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선 ‘기권 의견’에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향자 최고위원이 ‘찬성 의견’에도 손을 들지 않으면서 기권표로 집계됐다고 한다. 찬성 의견에 표결한 참석자는 장 대표와 송 원내대표, 정 정책위의장, 나머지 최고위원 4명 등 7명이었다.

비공개 회의는 오전 9시 52분 끝났다. 한 전 대표 제명안 표결이 17분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이다. 회의장을 나온 장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곧장 당대표실로 향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의결 절차에 맞게 의결했다”며 “(비공개 회의 때) 특별한 의견은 없었다”고 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의 때도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히 앉아 있다가 거수 표결 때만 팔을 올려 찬성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에 쌍특검(통일교·민주당 공천 뇌물 특검)을 촉구하며 8일간의 단식에 나섰다가 병원 치료 후 전날 당무에 복귀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 대표의 건강이 아직 원상태로 회복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데다, 장 대표 본인도 사안의 무거움을 느꼈던 게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과거 한동훈 지도부에서 사무총장, 최고위원 등을 지냈지만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로 두 사람의 사이가 소원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리위의 제명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전 안경을 고쳐쓰는 모습. /뉴스1

한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명 확정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