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명 결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29일 ‘당원 게시판 사건’으로 제명된 데 대해 “저를 제명할 수는 있어도 국민을 위한 좋은 정치의 열망은 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기다려달라. 저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한 전 대표는 “당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우리가 이 당과 보수의 주인”이라며 “절대 포기하지 말아달라”고도 했다.

이보다 앞선 이날 오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윤리위원회 원안(原案)대로 한 전 대표를 제명했다. 장동혁 대표가 단식 이후 당무에 복귀한 지 하루 만이다.

거수로 진행된 표결에서 장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 구성원 9인 가운데 7인이 제명안에 찬성했고, 친한계인 우재준 최고위원만 홀로 반대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의사를 표시하지 않음으로써 기권으로 간주됐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의 제명 결정에 관한 입장 발표를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남강호기자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제명 시효는 의결 직후”라며 “한 전 대표에게 통보 절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 처분을 받은 한 전 대표는 향후 5년간 복당할 수 없다. 별도의 복권 조치가 없다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간판으로 6·3 지방선거, 2028년 국회의원 총선거, 2030년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친한계(친한동훈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우재준 최고위원은 “(한동훈 제명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 데 대한 보복”이라며 “장 대표가 단식으로 얻은 것이 한 전 대표 제명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다”고 했다.

송석준 의원도 “우리 당은 위기 상황마다 분열하고 갈등하며 국민들로부터 지탄받았다”며 “그 결과 주요 선거에서 참패하는 쓰라린 결과를 경험했다”고 했다. 이어 “당을 쪼개놓는 이런 무모한 결정을 감행한 지도부는 향후 발생할 모든 상황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뉴스1·이태경 기자

신지호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전두환이 김영삼을 쫓아냈다”고 했다. 한 전 대표를 1979년 의원직이 제명된 김영삼 전 대통령에 빗댄 것이다.

당원 게시판 사건은 2024년 11월 한 전 대표 가족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익명 게시판에서 비방했다는 의혹이다. 1년여가 지난 지난달 한 전 대표는 “가족이 익명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과 칼럼을 올렸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윤리위원회는 윤리적·정치적 책임이 있다면서 한 전 대표에 대한 제명 결정을 발표했다.

이에 따른 당내 반발이 커지자 장 대표는 “윤리위 재심 기간(10일 이내) 동안 제명 의결을 미루겠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논란이 일어난 데 대해 사과했지만 딸로 재심을 청구하지 않았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29일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의원총회를 앞두고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장동혁 대표 체제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집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한 전 대표 측은 이번 제명을 무효화하는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국민의힘의 혼란이 장기화될 여지가 있다. 국민의힘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은 “한 전 대표의 제명이 갈등의 끝이 아니라 더 큰 분열의 시작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설령 가처분 신청에 나서지 않더라도 당적이 박탈된 한 전 대표가 6·3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되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할 길은 열려 있다. 정치권에선 ‘무소속 한동훈’의 출마지로 대구 혹은 부산 지역이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다. ‘무소속 한동훈’이 출마를 강행한다면 보수 진영은 분열된 상태로 더불어민주당과 맞설 수밖에 없다.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한 전 대표가 스스로 나온 것이 아니라 당에서 내쫓긴 것”이라며 “무소속 출마도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시나리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