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 14일 국회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이날 새벽 ‘당원 게시판 사건’과 관련해 자신에게 제명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허위 조작으로 제명한 것은 또 다른 계엄”이라며 “국민·당원과 함께 막겠다”고 말했다./김지호 기자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친한계(한동훈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중징계인 ‘탈당 권유’ 조치에 나서면서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안(案) 처리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27일 장동혁 대표 측근 인사들은 공개적으로 “한 전 대표 제명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했고, 한 전 대표 또한 “사이비 보수에 맞서겠다”면서 강공으로 맞서고 있다. 전·현직 당대표 간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당 내부에선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우리 모두가 공멸(共滅)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한 전 대표 문제를 마냥 미루는 것은 혼란만 야기한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징계안을) 의결함으로써 결론 맺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떤 결론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진행자 물음에 김 최고위원은 “(지도부로서) 개인적으로 표결에 참여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미리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장 대표 측근인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도 전날 밤 MBC 라디오에 나와 “한동훈씨를 어설프게 놔둔 상태로는 지지하지 못하겠다는 전통 지지층도 상당히 많다”면서 “이제는 한 전 대표 제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최고위 내부 중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대표가 제명될 것”이라고도 했다. 장 대표 또한 최근까지 한 전 대표 제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쌍특검법(통일교·더불어민주당 공천헌금 의혹) 수용을 촉구하며 8일째 단식중이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탁으로 단식을 중단하고 국회에서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남강호 기자

이에 대해 한 전 대표는 김 전 최고위원을 중징계한 윤리위 결정에 대해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특히 윤리위가 장 대표를 “당원 개개인의 자유의지 총합”이라고 규정한 대목과 관련해서 한 전 대표는 “북한 수령론이나 나치즘과 같은 전체주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원이 당대표를 비판하면 당에서 내쫓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반민주, 반지성적인 말을 놀랍게도 윤리위 결정문에서 대놓고 한다”고 비판했다.

윤리위가 김 전 최고위원을 사실상 제명(탈당 권유)하면서 “이 징계가 선례가 되어 정당 내에 ‘개별 억제’뿐만 아니라 ‘일반 억제’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던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징계 대상자인 김 전 최고위원은 “쉽게 말해 이번 중징계가 저뿐만이 아니라 당원 전체를 겁주기 위한 거라고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라면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당 지도부가 자신에 대한 제명을 최종 확정할 것으로 예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제명 결정이 이뤄진다면 한 전 대표는 여론에 부당함을 알리는 동시에 법적 대응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친한계 인사들은 오는 31일 국회 앞에서 ‘2차 제명 철회 촉구 집회’를 계획하고 있고, 한 전 대표도 다음 달 8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토크 콘서트에 참석할 예정이다. 친한계 내부에선 “당이 비상식적인 제명을 강행한다면, 한 전 대표가 다가오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무소속 출마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동훈 징계 철회 촉구 집회

국민의힘 안팎에선 이 같은 극한으로 치닫는 장·한(張韓) 갈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개혁 성향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는 이날 장동혁 지도부에 “한 전 대표를 제명한 윤리위원회의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촉구했다. 모임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의 단식이 당의 통합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한 전 대표를 향해서도 “지지자들에게 집회 중지를 요청하는 등 정치적 해법 모색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계파색이 옅은 김용태 의원도 “(제명 결정이 이뤄지면) 장 대표, 한 전 대표 모두 패자가 되고 상처만 남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