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남강호 기자

23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결혼식을 올린 장남이 ‘위장 미혼’을 유지해 이 후보자 남편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에 당첨됐다는 의혹이었다. 이 후보자는 “부정 청약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명백하게 불법”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남편 김영세 연세대 교수와 세 아들을 두고 있다. 그중 장남은 2023년 8월부터 세종시 소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근무하며 이 후보자 명의로 계약한 세종시 소담동 전셋집에 살았다. 하지만 주소는 이 후보자 가족이 전세로 살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에 계속 뒀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장남이) 결혼 준비 때문에 거의 서울에 있었다”고 했다.

이 후보자 장남은 2023년 12월 2일 아내 될 사람과 공동 명의로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에 전세 계약을 했다. 2주 후 결혼식도 올렸지만 혼인 신고는 하지 않았고, 이 후보자 며느리만 2024년 2월 용산 집에 전입했다.

그래픽=김성규

이 후보자 남편은 2024년 7월 30일 원펜타스 137A 타입(전용면적 137㎡·약 54평) 청약 신청을 해서 그해 8월 7일 당첨됐다. 청약 가점은 당첨 커트라인인 74점이었다. 무주택 기간(32점), 저축 가입 기간(17점)은 만점이었고 4명(이 후보자와 세 아들)의 부양가족 가점(25점)이 더해졌다. 만약 장남이 혼인 신고를 했다면 당첨은 어려웠다.

처음 의혹이 제기된 지난 8일 이 후보자는 “혼인 신고 여부는 몰랐다”며 “평일에 장남은 세종, 며느리는 용산 신혼집에 살았고 주말엔 장남 부부가 이 후보자 부부 집에서 함께 지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은 “장남이 혼례 이후 (부부)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다”며 “파경이 되면서 (장남이) 정신적 압박과 스트레스 등으로 발병도 하고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혼인신고를 못하고 부모와 지냈다는 것이다.

여야 의원들은 계속 의혹을 제기했다. 2024년 7월 19일 원펜타스 청약 모집 공고가 난 지 엿새 후 며느리는 용산 신혼집에서 전출해 도곡동으로 주소를 옮겼다. 이 후보자 남편이 원펜타스 청약 신청을 한 7월 30일, 가족이 살던 반포 전셋집(퍼스티지)은 계약이 만료됐고 장남을 포함한 가족 모두가 다음 날 용산 집에 전입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은 “며느리의 시간 라인이 기가 막히다. 청약 모집 공고 직전까지 용산 전셋집에 (주소를) 놔뒀다가 후보자 가족이 거기 전입해야 할 시기가 오니까 기가 막히게 본인이 빠져준다”고 했다.

이 후보자 가족은 그해 9월 23일 원펜타스로 전입했고, 다음 날 며느리가 용산 신혼집에 재전입했다. 이 후보자 장남은 작년 4월 30일 원펜타스에서 용산 신혼집으로 전입했다. 국토교통부가 원펜타스 등의 ‘부정 청약’ 점검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이었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관계가 악화됐던 신혼부부가 같이 살게 된 날이 왜 하필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발표 다음 날인가”라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수사 의뢰가 끝났다는 것은 몰랐다”며 “모든 사람이 많은 노력”을 해서 관계가 회복됐다고 했다.

작년 5월 12일 용산 신혼집 세대주는 며느리에서 장남으로 변경됐고, 두 사람은 작년 11월 혼인신고를 했다. 천 의원은 “(며느리가) 거의 세계 최고의 효부(孝婦) 수준이다. 시부모가 ‘로또 청약’을 받을 수 있도록 혼인 신고도 기다려 주는 ‘효부’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원펜타스를) 포기하겠다는 각오를 가지셔야 장관 자격이 있는 걸로 본다’며 청약 포기 의향이 있는지 거듭 묻자, 이 후보자는 “네, 있다고요”라고 답했다.

한편 이 후보자 남편이 인천공항 개항 1년 2개월 전인 2000년 1월 공항에서 16㎞ 떨어진 영종도 중산동 토지(잡종지) 6612㎡(약 2000평)를 사서, 2006년 12월 이 땅이 한국토지공사(현 LH)에 수용될 때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실거래 계약서를 입수했다”며 이 후보자 남편이 36억5000만원 정도 양도차익을 올려 10억원 이상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했지만, 양도차익을 줄여 신고해 4억8000만원만 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당시 기준 시가를 적용해 계산하면 (납부한) 4억8000만원이 맞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