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신현종 기자·연합뉴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14일 ‘당원 게시판 사건’과 관련,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 ‘제명’ 결정을 내렸다. 친한계를 비롯해 30여 명에 가까운 의원들이 “반민주적인 결정” “과도한 징계”라고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두고 사실상 ‘내전’ 상황에 돌입했다.

한 전 대표는 “허위 조작으로 제명한 것은 또 다른 계엄으로 국민·당원과 함께 막겠다”고 반발했다. 반면, 장동혁 대표는 “윤리위 결정을 뒤집고 다른 해결은 모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전·현직 원외 당협위원장 가운데 25명은 ‘제명 반대’ 입장을, 19명은 ‘제명 찬성’ 입장을 밝히는 등 국민의힘은 둘로 쪼개졌다.

당원 게시판 사건은 2024년 11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서 한 전 대표 가족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을 비방했다는 의혹이다. 윤리위는 지난 13일 오후 5시부터 국민의힘 당사에서 회의를 연 끝에 14일 새벽 1시 15분 징계 결정을 공개했다.

윤리위는 결정문에서 “한 전 대표 가족은 전임 대통령과 가족, 같은 당의 정치 지도자들을 공격했다”며 “윤리적·정치적으로 중차대한 해당(害黨) 행위로 한 전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한 전 대표에 대한 제명 결정은 내란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求刑)한 직후에 이뤄졌다.

한 전 대표 징계안은 이르면 15일 당 최고위원 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한 전 대표는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내 갈등은 15일 열리는 의원 총회에서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14일 국회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이날 새벽 ‘당원 게시판 사건’과 관련해 자신에게 제명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허위 조작으로 제명한 것은 또 다른 계엄”이라며 “국민·당원과 함께 막겠다”고 말했다./김지호 기자

이날 한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장동혁 대표가 계엄을 막은 저를 찍어내기 위한 일을 하고 있다”며 “윤리위의 결정은 이미 결론을 정하고 끼워 맞춘 요식 행위 같은 것”이라고 했다. 기자회견장에는 김형동·배현진·박정훈·정성국·고동진·유용원 의원 등 친한계 의원이 참석했다. 친한계는 “한밤중의 쿠데타” “한 전 대표를 당에서 축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밤의 쿠데타” “그냥은 못 덮어”… 국힘, 종일 술렁

국민의힘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는 한 전 대표의 제명 결정을 “정당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당의 통합에 역행한 반헌법적, 반민주적 결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 107명이 참여한 텔레그램 대화방에는 한기호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국의 수많은 당원들로부터 문자 폭탄을 받고 있을 것이다. 당 지도부가 잘했다는 폭탄입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대구가 지역구인 김승수 의원은 “우리는 누구와 싸우고 있는 건가요? 당원들이 묻습니다”라고 했다. 김미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패배하는 길로 가고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모임인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들이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장동혁 대표 등 지도부에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4선 이상 중진 의원 10여 명은 장 대표에게 15일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한 전 대표 제명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장동혁 대표는 이날 오전 대전에서 “저는 지난번 ‘걸림돌’ 얘기를 하면서 이 문제를 누가 먼저 풀고 가야 해결될지에 대한 입장을 말씀드렸다”고 했다. ‘제명’에 찬성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최고위원 가운데 양향자·우재준 최고위원을 제외한 신동욱·김민수·김재원 최고위원 등은 징계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장동혁(오른쪽) 대표가 14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대전·충남 행정 통합 관련 정책 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의 제명 결정과 관련해 “윤리위원회 결정을 곧바로 뒤집고 어떤 다른 해결을 모색하는 건 우선은 따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신현종 기자

당 일각에서는 한 전 대표에게도 “사과하고 정치적 타협점을 찾으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영세 의원은 “최고위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고, 한 전 대표 측도 당을 비난만 하지 말고 적극 소명하라”고 했다. 성일종 의원은 “한 전 대표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먼저 사과하고, 장 대표도 폭넓게 수용하고 끌어안아야 한다”고 했다.

◇윤리위, 제명 결정문 두 번 고쳐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이날 ‘당원 게시판’ 사태와 관련해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 결정을 하면서 두 차례 징계 결정문을 고쳤다. 이날 새벽에 공개된 첫 징계 결정문에서 윤리위는 “피조사인(한동훈)이 (당원 게시판) 게시글을 작성했다고 합리적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게시글을 직접 썼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한 전 대표는 당원 게시판에 가입한 적이 없고, 해당 게시글을 쓴 사람은 동명이인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새로운 증거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는데, 윤리위는 이날 두 차례에 걸쳐 표현을 고쳤다. 오전에는 “징계 대상자(한동훈)가 직접 게시글을 작성했는지 여부는 확인이 불가하다”고 했다가, 오후엔 “징계 대상자가 직접 게시글을 작성했는지 여부 또는 타인이 징계 대상자의 명의를 도용해 게시글을 작성했는지 여부 등은 수사기관의 수사 과정에서 밝혀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재수정했다. 당내에서는 “윤리위가 제명의 명분을 잡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말이 나왔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2일 징계 안건 회부 사실과 함께 ‘13일 오후 7시 30분 출석해 소명하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대표는 출석하지 않았고, 윤리위는 ‘출석 요구를 했음에도 불응한 경우에는 진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본다’는 규정에 따라 제명 결정을 내렸다. 한 법조인은 “문자 메시지로 출석을 통보하고 다음 날 제명시킨 것은 애당초 소명을 들을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