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설되는 공소청 소속 검사들에게 사실상 보완수사권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8일 알려졌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 추진단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중수청·공소청 설치법 정부안을 다음 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공소청 검사에게 직접 수사권을 남겨두는 건 절대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작년 9월 검찰청 폐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1년 유예기간을 두고 검찰청을 대체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법안을 준비해 왔다.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 분리를 전제로 했다. 이를 위해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에, 중대 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는 걸로 추진해 왔다. 다만,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하느냐를 두고 여권 내에서 이견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 법안이 공개되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강경파들은 ‘검찰의 완전한 수사권 박탈’을 주장했다.
추진단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안 초안에는 공소청법상 검사의 직무를 명시하는 부분에 ‘기타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사항’이라는 조항을 넣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형사소송법 196조에는 검사가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해당 사건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사를 할 수 있게 명시돼 있다. 또 중수청에는 경찰뿐 아니라 검사의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수사 사법관’을 두는 방안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단은 9일 법학 교수, 변호사 등 자문위원단을 상대로 이 같은 내용의 초안에 대한 비공개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추진단의 논의 과정에서 행정안전부 등이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한 검찰의 집단 반발 사태 이후, 완전 폐지론이 강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경찰 수사만으로 기소하는 건 불가능”
중수청에 ‘수사 사법관’을 두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사들이 주도권을 쥐게 돼 결국 검찰청이 된다’는 강한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
반면, 법무부는 보완수사 없이 경찰 등의 수사기록만 보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강력하게 유지 의견을 냈다고 한다. 직접 수사하지 않은 검사가 피고인 주장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최근 발간한 ‘검찰 보완수사 우수사례집’에서 “경찰에서 1차 수사한 송치 사건의 오류나 미진한 부분을 새로운 수사를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가 수사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며 보완수사권 유지에 힘을 실었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 입장도 법무부 쪽에 가까운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정부안 내용이 여권에 일부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검찰의 보완수사권뿐 아니라 보완수사 요구권도 남겨선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 민주당 박주민·김용민·민형배 의원, 조국혁신당 박은정·황운하 의원 등 범여권 의원들은 회견을 열고 “보완수사권을 비롯해 어떤 형태로도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남겨둬선 안 된다”고 했다. 이후 김용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보완수사권 유지 안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흐름이 있다는 우려를 들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경파들은 추진단 등 정책 결정 라인에 검사들이 대거 파견됐고, 이 때문에 보완수사권이 유지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추진단 내 입법지원국장을 비롯해 현직 검사들이 대거 들어와 있다. 검찰의 공식 입장이 보완수사권 남겨야 된다는 것 아니었나”라며 “보완수사권을 유지시키려고 많은 설득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안에서 보완수사권을 제거해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만간 6월 지방선거 국면으로 들어가면 이의 제기 신청이 어려워지고, 논란이 거듭되면 검찰청 폐지 유예 기간인 10월을 넘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은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회 심사를 거쳐 정부안이 2월 전 모두 통과돼야 한다. 그래야 10월에 공소청과 중수청이 출범할 수 있다”며 “만약 2월과 3월을 넘기게 되면 지방선거 국면에서 개혁 법안 추진 동력이 부족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추진단 관계자는 “자문위원 설명회 등을 거쳐 최종 결정할 사항”이라며 “아직 보완수사권 유지가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