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당 쇄신 방안 등을 발표하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7일 “비상 계엄은 잘못된 수단이었다”며 대국민 사과를 하자 당내에선 “변화 선언은 긍정적”이라며 “국민에게 실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장 대표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과 관계 단절을 요구했던 의원들은 “인테리어 공사가 아니라 재건축 수준으로 당을 쇄신해야 한다”고 했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장 대표는 이날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면서 계엄에 대해 사과했다. 장 대표는 2024년 12월 국회 계엄 해제 표결 때 찬성표를 던졌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움직임이 커지자 계엄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지난달 계엄 1주년에도 사과를 거부했다.

그래픽=양인성

장 대표는 “국민의힘은 과거에서 벗어나겠다”며 당명(黨名) 변경과 함께 ‘폭넓은 정치 연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당대표 특보단과 인재영입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문가·청년을 비롯해 범여권 인사까지 외부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생각이다. 공석인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새 기구에 어떤 인사를 기용하느냐에 따라 장 대표의 당 쇄신 의지가 구체화될 전망이다.

장 대표에게 노선 변화를 요구했던 국민의힘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은 환영 입장을 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잘못된 과거를 단호히 끊어내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변화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데 대해 적극 환영한다”고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고심 어린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한 의원은 “‘계엄으로 인한 피해에 통감한다’는 식의 표현에서 벗어나 분명한 언어로 사과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 25명 모임인 ‘대안과 미래’는 이날 장 대표 연설에 대해 “과거와의 단절 등 긍정적으로 평가할 지점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담겼어야 한다”고 했다. 모임 소속인 김재섭(서울 도봉갑) 의원은 ‘대안과 미래’ 텔레그램 방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단호한 절연의 메시지 부재가 심각하다”고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기된 ‘범보수 연대’ 주장과 관련해 장 대표는 이날 “넓은 정치 연대를 위해 마음을 열고 누구와도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장 대표는 그간 ‘선(先)자강론’을 강조하며 연대에 미온적이었다. 당 관계자는 “개혁신당이나 범여권 인사들과도 힘을 모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장 대표 측은 “정치 연대는 당 외부 인사와 하는 것”이라며 한 전 대표와의 연관성은 부인했다. 다만 당내에서 현안이 돼버린 한동훈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 향후 장 대표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장 대표가 인선한 당 윤리위원회는 9일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당원 게시판’ 사건 등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당 일각에서는 장 대표가 계엄 사과로 자신에 대한 비판 여론을 정리하고 한 전 대표 등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전 대표는 장 대표의 연설에 대해 이날 한 유튜브 방송에서 “계엄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히 맞는 말이나, 결국은 실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장 대표의 기자회견은 12분 만에 끝났다. 장 대표는 A4 용지 석 장짜리 입장문을 읽은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당내에선 장 대표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두고 논란이 분분했다.

지방선거 후보 공천 룰에 대해 장 대표는 “지역과 대상에 따라 당심(黨心) 반영 비율에 차등을 두겠다”고 했다. 앞서 당 지방선거총괄기획단(단장 나경원 의원)은 지방선거 경선 룰을 기존의 ‘당원 50%, 여론조사 50%’에서 ‘당원 70%, 여론조사 30%’로 바꾸는 안을 제시했다. 당 지도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했지만 당내에선 민심과 거리가 있는 사람이 후보로 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장 대표가 이날도 공천 룰에 대해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자 한 중진 의원은 “강성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확대하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장 대표는 이날 청년 인재 영입도 강조했는데, 앞서 장 대표가 임명한 일부 젊은 당직자들은 강성 당원 구독자가 많은 유튜브에 출연해 장 대표 노선을 옹호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중도·외연 확장형 청년보다 ‘윤 어게인’ 성향의 청년들이 당에 대거 들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