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읍 前정책위의장. /남강호 기자

국민의힘 김도읍(부산 강서) 의원이 5일 당 정책위의장직을 사퇴했다. 작년 8월 장동혁 지도부에 합류한 지 4개월 만이다. 김 의원의 당직 사퇴에 대해 당내에선 장동혁 대표의 당 운영 방식에 대한 ‘항의성 사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작년 8월) 국민의힘이 국민께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작은 불쏘시개 역할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직을 수락했다”며 “장 대표가 당의 변화·쇄신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저의 소임은 여기까지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 중 최다선(4선)으로, 중도 성향으로 평가된다. 전 정권에선 비윤(비윤석열)계로 분류됐다. 김 의원은 최근까지 장 대표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 외연 확장, 보수 대통합 등을 주문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계엄 1주년 때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면서 사과를 거부했다. 최근에도 보수 통합 주장에 대해 “통합을 위해선 걸림돌부터 제거해야 한다”고 했고, 장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노선 변화를 촉구한 오세훈 서울시장 등을 공개 비판하고 있다. 김 의원이 정책위의장을 사퇴한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최고위 참석하는 장동혁 대표 장동혁(가운데) 국민의힘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장 대표가 정책위의장에 임명한 김도읍 의원은 이날 의장직을 사퇴했다. /남강호 기자

김 의원은 주변에 “당 회의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괴롭다”고 답답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비공개 회의에선 김 의원이 당 지지율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자, 장 대표가 “특정 회사 여론조사만 말한다”며 언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김 의원은 지난달 30일 당 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 재임 중에 계엄 사태가 발생했다는 자체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회의 직후 김 의원이 사의를 표했고, 장 대표가 수용했다고 한다.

이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회의에선 당 운영에 대한 우려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많은 국민이 우리에게 손을 내밀지 않고 있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라면서 “자강(自强)이나 외연 확장과 같은 정치 공학적 단어로 우리의 (대여 투쟁) 전선을 흐트러뜨려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도 양향자·우재준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노선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이날 신임 당 윤리위원 7명을 선임했다. 윤리위가 구성되면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당원 게시판 사건’에 대한 징계 논의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비공개였던 윤리위원 명단이 알려지면서 당내에선 자격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한 중진 의원은 의원 단체 대화방에서 “당에서 최소한 의원들에게는 해명해 달라”고 했다. 이름이 공개되자 윤리위원 2명은 사의를 표했다.

장 대표는 8일 당 쇄신 비전 발표회를 열고 지방선거 대책과 당 개혁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 일각에선 “장 대표가 뚜렷한 노선 전환을 하지 않는다면 지도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당 주류인 영남권 의원들이 관망하고 있어 6월 지방선거까지 체제가 유지될 공산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사퇴하면 최고위원회가 해산하는데, 김민수·김재원 위원 등은 장 대표의 당성(黨性) 강화 노선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