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5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남편이 인천국제공항 개항 1년 전 인천 영종도의 토지를 매입해 20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얻은 것과 관련, 이 후보자 부부가 개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5일 제기됐다.

이 후보자 남편이 매입한 땅은 영종도 해안가의 잡종지(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빈땅)였고, 당시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으로 인천공항 접근성 강화를 위한 고속도로 예비 타당성 조사를 총괄했다.

이 후보자 남편은 2000년 1월 영종도 중산동 토지(잡종지) 6612㎡(약 2000평)를 샀다. 이 땅은 인천공항에서 16㎞ 떨어진 곳이다. 매입 당시 가격은 공시지가 기준 13억여 원이었는데, 한국토지공사·인천도시개발공사가 2006년 12월 이 땅을 39억2100만원에 수용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 남편이 이 땅을 사기 한 달 전인 1999년 12월 ‘송도~시화 간 고속도로 건설 사업’ 예타 조사가 기획예산처에 제출됐다. 이 조사는 KDI 연구위원이던 이 후보자가 총괄했다. 당시 예타 조사는 남동·시화·반월 등 공단 지역과 인천공항 및 항만 지역을 추가로 연결할 도로의 비용·편익을 검토하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야권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사전 정보를 통해 영종도 땅을 샀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송도~시화 고속도로는 영종도와 너무 멀기 때문에 영종도 땅 매입과 전혀 관계가 없다”며 “당시엔 예타 결과에서 사업성이 안 된다는 평가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이 후보자 남편이 영종도 땅을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인사 청문회에서 모두 소명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의 ‘갑질’ ‘폭언’ 논란은 이날도 계속됐다. 이 후보자가 20대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에게 삼남의 공익 근무지에 수박 배달을 시키는 등 사적인 일에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 측은 “후보자가 전혀 기억을 못 하는 일”이라고 했다.

또 국민의힘 소속 손주하 서울 중구 구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자가 시·구의원들을 본인에게 충성하도록 길들였다”며 자신과 다른 구의원들이 당원권 2개월 정지를 받는 데 이 후보자가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을 무렵 자신이 임신 초기였다는 점을 밝히며 “임신 중에도 괴롭힘을 당해 왔다”고 했다. 이 후보자 측은 “당 윤리위 징계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이날 이 후보자 장남과 삼남이 고등학생 때 ‘입시 스펙용’ 국회 인턴 경력을 쌓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후보자 측은 “삼남이 8일간 (한 의원실에서) 인턴 근무한 것은 사실이나 인턴 청탁도 없었고, 대학 입시에도 활용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자 주 의원은 “거짓 해명”이라며 “‘인턴 경력증명서’, ‘연세대 자기소개서’ 초안은 모두 이 후보자 측 관계자 컴퓨터에서 발견된 파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삼남의 자기소개서 초안에 ‘장남의 (고2, 고3 때) 국회 인턴 경력’도 쓰여 있다”며 “작성에 참고하기 위해 붙여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이 후보자 가족의 재산은 2020년 재산 신고 당시 62억원에서 현재 175억원으로 113억원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자 남편은 포르셰 등 차량 3대를 보유했다. 본인과 배우자 예금과 주식은 채무를 제외하면 91억여원이다.

이 후보자 부부와 세 아들은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KSM과 그 계열사 한국씰마스타 주식을 99억원어치 가지고 있었다. 이 회사는 이 후보자 남편의 친척 회사로, 이 후보자 남편이 오래전부터 취득했거나 시어머니가 증여한 주식이라고 한다.

이 후보자는 의원 시절인 2017, 2018년에 KSM 주식을 백지신탁했다. 백지신탁을 하면 수탁사는 90일 내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데, 이 후보자가 민간인이 된 이후 다시 이 주식을 취득했다. 이 후보자 측은 “KSM는 비상장 회사라 비상장 주식은 처분이 잘 안되는 것으로 안다”며 “이 때문에 이 후보자 가족이 다시 해당 주식을 취득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