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다가오는 인사청문회에서 검증을 벼르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도와주세요”라면서 개인 구명(救命) 운동에 나선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행동”이라면서 추가 의혹들을 폭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지에 “이 후보자에게서 ‘청문회에서 잘 좀 봐 달라, 도와달라’는 식의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전화를 받지 않는 일부 의원에게는 “도와주세요”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이 후보자의 연락을 받았다는 기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이런 이상한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고, 또 다른 의원도 “개인적으로 안타깝지만 더 망신당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용기도 낼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들에게 인사 전화를 드렸고, 통화가 안 될 경우 다시 전화하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는 보냈지만 ‘살려달라’고 했던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언론 보도로 이 후보자가 ‘살려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알려졌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 측은 국민의힘 일부 의원에게 “이혜훈입니다. 신고도 드릴 겸 인사 전화드렸습니다. 통화 연결이 안 돼 문자 올립니다. 다시 또 전화드리겠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가 제시한 견본 문자메시지는 사실과 다르다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박했다. “이 후보자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 후보자의 전화를 받았다는 한 의원은 “단순한 인사 전화는 분명히 아니었다. 이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자신이) 통과될 수 있도록 잘 도와달라’고 했었다”며 “이 후보자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공천 헌금 수수 관련) ‘의원님 살려주세요’고 했고, 박범계 의원도 (피감기관에) ‘의원님 살려주세요 해보시라’고 했었다”며 “이혜훈 후보자는 여러모로 공직 맡으면 안 되는 분이지만, 민주당에 참 잘 어울리는 분이기는 하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현역 당협위원장(서울 중구·성동구을) 신분으로, 이재명 정권의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지명됐다. 이 후보자는 이재명 정부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국민의힘 측에 자신의 지역구와 관련한 민원을 요청하거나, 당원 연수회에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축하 영상도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선출직 공직자 평가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지도부에 관련한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 이 후보자는 장관으로 ‘깜짝 발탁’됐던 당일 국민의힘에서 제명됐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중배의 다이아 반지가 그렇게도 탐나더냐’는 (신파극 ‘이수일과 심순애’의) 대사 한마디가 생각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