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국민의힘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을 향해 폭언과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 이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처음으로 나왔다. 청와대는 국회 청문회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이 후보자를 겨냥해 “사람에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공직도 맡아서는 안 된다”며 “이 후보자는 즉시 사퇴하시라”고 했다. 진성준 의원은 2일 YTN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해 “잘한 인사라는 생각은 안 든다”고 했다. 강득구 의원도 “국민 여론 결과에 따라 이 후보자에 대한 입장이 정리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국회의원이었던 2017년 인턴 직원에게 자신의 이름이 나온 언론 기사를 보고하지 않았다며 “대한민국 말 못 알아듣느냐” “너는 IQ(지능지수)가 한 자리냐” “내가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지난 1일 해당 발언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전직 보좌진은 2일 TV조선에 이 후보자에게서 ‘집에 있는 프린터가 고장 났으니 고치라’는 등 사적 심부름을 요구받았다고 폭로했다. 또 다른 보좌 직원들도 “이 후보자가 같은 방 직원들끼리 서로 감시하게 했다”고 증언했다. 운전을 담당하는 비서가 차량 관련 비용 등을 제대로 쓰는지, 보좌관이 누굴 만나는지 등을 보고하라고 시켰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이 후보자가 보좌진에게 유학 중인 아들들의 공항 픽업을 시켰다는 추가 제보도 입수됐다”고도 했다. 이러한 갑질 의혹이 연일 터지는 가운데, 이 후보자가 2014년 펴낸 책에서 ‘갑질 근절’을 주장했던 일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책에서 “힘센 사람의 특권과 횡포를 막아내고 힘이 없어 억울한 일 당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려는 것이 정치하는 이유”라고 했다.
하지만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김어준씨 유튜브에 출연해 “대통령도 이것(이 후보자 지명)이 도전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지명 철회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강 실장은 이 후보자의 막말·갑질 논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이 후보자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던 것에 대해서만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의) 발언을 보고받았고, 사과할 의지가 있는지도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정책적인 비전과 철학에 대해 검증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