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갑질 의혹’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다가오는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를 방어하는 입장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사퇴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이 후보자는 정계를 떠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3일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후보자의 과거 행태를 볼 때 기획예산처 직원들은 ‘예정된 갑질의 피해자들’이 될 것”이라며 “이런 이 후보자가 장관직을 수락한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좌진을 향한 인격살인적 폭언은 공직자 자격 상실을 넘어 정계은퇴 사유”라면서 “지금이라도 청문회 준비를 멈추고 정계를 떠나라”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2017년 당시 바른정당 의원이던 이 후보자가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언론 기사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턴 직원을 질책하는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녹취에서 이 후보자는 인턴에게 괴성을 지르면서 “너 아이큐(지능 지수)가 한 자릿수냐” “내가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해당 인턴은 이 같은 폭언 이후 보름 만에 의원실을 그만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박 대변인은 “공개된 녹취록에서 이 후보자의 언행은 인격을 짓밟는 언어 폭력의 극치였다”며 “이것은 직원을 인격체가 아니라 소모품으로 여겨왔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했다. 이어 “전직 보좌진들은 이 후보자 지명 이후 그때의 폭언과 고성이 떠올라 PTSD(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까지 호소하고 나섰다”고 했다.
이 후보자의 ‘갑질 의혹’은 폭로 형식으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전직 보좌진들은 이 후보자가 프린터가 고장 났다며 자택으로 호출하고, 업무 보고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A4 용지를 집어던지면서 고성을 지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같은 사무실에 있는 보좌진들이 서로를 감시해서 보고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는 ‘5호 담당제’ 의혹도 제기됐다. 5호 담당제는 북한에서 주민 다섯 가구마다 한 명의 선전원을 배치해 간섭·통제·감시하는 제도다.
과거 이 후보자가 방미 특사단으로 출국하면서 자신의 이코노미 좌석을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국민의힘 내부의 폭로도 나왔다. 티켓 업그레이드는 자비(自費) 부담이 원칙인데 이 후보자가 이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박성훈 대변인은 “지금까지는 ‘빙산의 일각’이며 앞으로 쏟아질 이혜훈 발(發) 괴담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이 모든 괴담들은 권력으로 약자를 짓밟은 특권의식의 발로이자, 직장을 공포의 현장으로 만들어버린 잔혹한 리더십의 표본”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도 사퇴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이 후보자를 겨냥해 “사람에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공직도 맡아서는 안 된다”며 “이 후보자는 즉시 사퇴하시라”고 했다. 진성준 의원은 2일 YTN 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해 “잘한 인사라는 생각은 안 든다”고 했다. 강득구 의원도 “국민 여론 결과에 따라 이 후보자에 대한 입장이 정리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