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10 총선을 앞둔 2월 28일 서울 강서구 까치산역에서 서울 강서갑에 출마한 강선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경 서울시의원과 함께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2018년 비례대표로 민주당 서울시의원이 된 김 시의원은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강서구 시의원으로 공천받아 재선했다. 최근 2022년 4월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와 강선우 의원의 대화 녹음이 공개되며 김 시의원이 강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강선우 의원 블로그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2년 지방선거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이 불거진 지 사흘 만인 1일 탈당했다. 민주당은 강 의원을 제명한다고 밝혔으나 이미 강 의원이 탈당한 이후라 실제 제명은 하지 못했다. 이번 사태로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재선인 강 의원도 탈당해 무소속이 됐다.

하지만 당시 공천 실무 책임자였던 김 전 원내대표가 강 의원에게서 공천 헌금 얘기를 듣고도 왜 김경 시의원을 단수 공천했는지 등에 대해선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다주택자인 김 시의원이 1가구 1주택이던 민주당 공천 기준상 컷오프(공천 탈락) 대상이었는데도 공천을 받은 것도 석연치 않다. 민주당 내에선 “김 전 원내대표, 강 의원, 김 시의원까지 해명이 앞뒤가 맞지 않아 의혹이 커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강 의원을 고발한 정의당 이상욱 강서구위원장을 5일 소환 조사한다고 밝혔다.

◇김·강 대화 다음날, 컷오프 대상을 단수 공천… 與서도 “이상하다”

이번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둔 4월 21일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던 김병기 전 원내대표와 서울 강서구가 지역구인 강선우 의원이 나눈 대화 녹취 파일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녹취에선 김경 시의원이 자신의 컷오프를 사전에 인지한 뒤 강 의원 측에 1억원을 건넨 일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언급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화가 나왔다. 강 의원은 이런 얘기를 하며 김 전 원내대표에게 ‘살려 달라’고 읍소했다.

하지만 김 전 원내대표는 강 의원에게 ‘김 시의원의 컷오프는 철회할 수 없다’며 거듭 도와줄 수 없다고 했다. 돈도 빨리 돌려주라고 했다. 그러나 이 대화 다음 날 김 시의원은 컷오프되지 않고 단수 공천을 받았다. 김 시의원과 경쟁한 후보가 재심까지 요구했지만 당은 받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김 시의원은 국민의힘 후보를 꺾고 강서구 시의원에 당선됐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도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공천을 받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강선우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뉴스1

김 시의원의 공천이 납득되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당시 민주당은 공천 조건으로 1가구 1주택을 내세우고 있었는데, 김 시의원은 다주택자였다. 서초구와 종로구, 지방에 아파트와 단독주택 등 주택 5채, 강남과 동대문구 등에 상가도 5채 보유하고 있었다. 부동산 가액만 53억원이 넘었다. 김 시의원은 공천 신청 전에 아파트 1채는 증여하고 2채는 매각했지만 여전히 주택 2채와 상가 5채를 갖고 있었다. 이에 대해 김 시의원은 “문제가 된 주택은 고령의 어머니가 거주하는 집이고 실거주를 증명하는 자료를 제출해 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강 의원이 왜 김 시의원에게 곧바로 1억원을 돌려주지 않고 김 전 원내대표까지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남는다. 강 의원은 지난 31일 페이스북에 “2022년 4월 20일 사무국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사실을) 보고받아 반환을 지시했고, 반환됐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김 시의원은 “공천을 대가로 그 누구에게도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1억원에 대한 실제 반환 여부도 여전히 불명확한 상황이다. 김 전 원내대표는 왜 김 시의원에게 공천을 줬느냐에 대해선 답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민주당 의원은 “대화 흐름상 강 의원이 김 시의원 측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김 전 원내대표에게 눈물로 도움을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전 원내대표도 김 시의원의 폭로가 나오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공천을 줄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다른 민주당 인사도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김 시의원에게 공천을 줘야 하는 상황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김 전 원내대표가 아닌 윗선의 개입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대학 교수 출신인 김 시의원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로 서울시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2022년 연고가 없는 강서구로 옮겨 재선 시의원이 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시의원이 서울시당 대변인도 맡았는데 당시 서울시당 당직을 가진 민주당 중진 의원과 가깝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공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김 시의원은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영등포구청장 선거에 도전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김 시의원은 이 지역 정치인들과 접촉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지난 9월 김 시의원이 특정 종교 단체 신도들을 민주당에 입당시켜 김민석 국무총리를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당선시키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총리 지역구가 영등포다. 당시 김 시의원은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윤리감찰단 조사를 지시하자 민주당을 탈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