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30일 ‘당원 게시판’ 사건과 관련해 “제 가족들이 익명이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인 사설과 칼럼 등을 올린 적이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며 “이것이 비난받을 일이라면 제가 정치인이라 일어난 일이다. 저를 비난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오후 SBS라디오에 출연해 “1년 반 전 쯤에 저와 제 가족들에 대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던 상황이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가족들이) 익명을 보장하는 당원 게시판에 (반박성) 게시물을 올린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에는 (가족들이 게시물을 썼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당원 게시판 사건은 작년 7~11월 국민의힘 온라인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과 이름이 같은 당원들이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친윤계 의원들을 비판하는 글과 언론 기사 등 1000여 건 올렸다는 의혹이다. 작년 11월 이 의혹이 제기된 이후 한 전 대표가 자신의 가족이 해당 게시물을 올렸다고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국민의힘 당무(黨務)감사위원회(위원장 이호선)가 이날 오후 한 전 대표를 겨냥한 당원 게시판 사건을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당무감사위는 보도자료에서 “(비판 게시물을 올린)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동일하다”며 “디지털 패턴 분석을 통해 한 전 대표에게 적어도 관리 책임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나 한 전 대표는 “당무감사위에서 마치 제가 제 이름으로 (당원 게시판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했는데 그건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저는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가입한 사실조차 없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가족들이 올린) 게시물이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내용을 담고 있지 않는다”며 “주요 일간지 사설이나 칼럼을 익명으로 올린 것”이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당에서 당원들에게 익명으로 글을 쓰라고 허용해준 것인데 (글을 작성한 사람이) 누군지 여부를 공개하는 선례를 남기면 되겠는가”라며 “앞으로 누군가에게 기분 나쁜 글을 쓴다고 해서, 범죄 수준에 이르지 않았는데도 매번 까볼 것인가”라고 했다.
또 한 전 대표는 “작년 말 (윤석열 정부 당시) 저를 당대표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여러 가지 공격들이 있을 때, 제가 신뢰하던 장동혁 의원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했었다”며 “그때 장동혁 의원이 여러 방송에 나가서 ‘익명 게시판에 문제없는 글을 쓴 것이라 문제 될 것이 없다’고 강력하게 설명하는 영상이 방송에 남아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 의원이 당대표 되고나서 정치 공세를 위해 이 의혹을 다시 꺼내는 걸 보고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장동혁 대표는 ‘한동훈 지도부’에서 수석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친한계 인사로 분류됐지만 두 사람은 작년 12월 비상계엄 사태를 기점으로 사이가 소원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