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을 두고 야권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국민의힘에서는 29일 “보수 교란으로 야당을 염장 지르겠단 정치적 계산”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재명 정부에 또 보수 인사를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공석인) 해양수산부 장관 자리에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을 데려갈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조차 돌고 있다”며 “진영을 분열시키고, 배신자들을 이용해서 정권의 이익을 챙기려는 더러운 정치의 모습”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안팎에선 6선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이 해수부 장관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그러나 조 의원은 본지에 “제안이 온 것이 없다. 우리 당 분위기가 안 좋아서 그런 얘기가 도는 것 같다”며 “당내 최다선으로서 당에 남아, 당의 태세 전환과 중도·외연 확장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이혜훈 후보자와 관련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양지가 되면 자신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가치와 철학, 동지들까지 버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참담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도 확장은 중도 확장대로 하되, 당을 배신하고 당원들 마음에 상처 주는 인사들에 대해선 오히려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장 대표는 전날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의 이른바 ‘장·한·석’ 연대에 대해 “당내 혁신과 변화,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반면 이준석 대표는 이날 “이 전 의원을 배신자로 몰아세울 때가 아니라 떠난 이유부터 살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보수 진영은 그동안 내부 동질성 강화만 외쳐 왔고, 더 이상 외연 확장이 불가능해졌다. 보수는 닫혀가고, 민주당은 열려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지금은 보수 진영이 국민에게 매력적인 비전과 담론을 제시하며 희망을 드려야 할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