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고 있다. photo 뉴스1

이재명 정부 첫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국민의힘 소속이던 이혜훈 전 의원이 지명되면서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후보자의 과거 정치 이력도 새삼 입길에 오르고 있다. 다섯 곳에 이르는 보수 진영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이 후보자가 이재명 정부의 내각(內閣)으로 ‘자진 투항’했다는 것이다. 3선(選) 의원 출신인 이 후보자가 거쳐간 지역구도 도합 세 곳이다.

①이회창 대선 캠프(한나라당)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선거 포스터

이 후보자가 정치권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은 2002년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일하던 이 후보자를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 후보가 발탁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이회창 대선 캠프에 정책특보로 대선을 도왔지만 그해 대선은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승리했다.

대선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이 후보자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됐다. 지역구는 보수 강세 지역인 서울 서초갑이었다. 이 후보자가 초선 의원으로 활동할 무렵 한나라당은 친이(親李)·친박(親朴) 계파 갈등이 첨예했다. 이 후보자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캠프 대변인을 맡았다. 친박 정치 노선에 올라탄 것이다. 당시 본선보다 치열했다는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이겼다. 이 후보자는 같은 해 대선에서 대통령에 선출됐다.

② 박근혜 대선 캠프(새누리당)

박근혜(오른쪽) 전 대통령과 이혜훈(가운데) 기획예산처 장관/뉴시스

이 후보자는 대선 이듬해인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서초갑 재선에 성공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선 공천받지 못했지만, 같은 해 5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친박 후보’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2012년 12월 대선에서 이 후보자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후보자가 도운 대선 후보가 당선된 것은 ‘박근혜’가 처음이었다. 이 후보자도 2016년 20대 총선에서 지역구인 서울 서초갑에 복귀, 3선 중진 의원이 됐다.

③ 유승민 대선 캠프(바른정당)

바른정당 시절 유승민(오른쪽) 전 의원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조선DB

친박계로 분류되던 이 후보자가 다른 정치 노선을 택한 것은 박근혜 정권 말기부터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자 이 후보자가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바른정당을 창당한 것이다. 그는 2017년 대선에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캠프에서 종합상황실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이때부터 후보자는 친유(親劉)계로 불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인 2017년 6월, 이 후보자는 바른정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기도 했다.

2020년 자유한국당·새로운보수당(바른정당 후신)이 합당하면서 미래통합당이 출범했다. 이 후보자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지역구를 서울 동대문을로 바꿔서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④윤석열 대선 캠프(국민의힘)

2022년 대통령선거 유세 마지막 날인 3월 8일 충북 괴산에서 이혜훈 전 의원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윤석열 후보가 반드시 당선돼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2022.03.08/뉴스1 ⓒ News1 김정수 기자

이듬해인 2021년 보수 진영에선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바람’이 일었다. 비주류의 길을 걷던 이 후보자는 그해 윤석열 대선 캠프에 국가미래전략특위 위원장으로 합류했다.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이 후보자는 “유승민 전 의원과의 인연이 끝난 지 굉장히 오래됐다”며 “정권 교체를 위해서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이라 (윤석열) 캠프에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친윤(親尹)’으로 분류됐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이 후보자는 장관직을 맡지 못했다. 다시 총선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 후보자는 2024년 22대 총선에선 지역구를 서울 중구·성동구을로 바꾼 뒤 4선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수도권 참패’를 당했고, 이 후보자도 서울 중구·성동구을에서 낙선했다.

⑤김문수 대선캠프(국민의힘)

지난 5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2025.05.18/뉴시스

이 후보자는 올해 6월 대선 국면에선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역임했다. 당시 이 후보자는 “우리가 거짓으로 점철된 후보(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지할 수 없다”며 “김문수 후보는 정직하다”고 했었다.

이로부터 7달 만에 이 후보자는 이재명 정부에 발탁됐다. 여권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탄핵 국면에서 이 후보자의 정치 행보다. 이 후보자는 올해 2월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장외 집회에서 “우리가 윤석열이다”라면서 주먹을 허공에 내질렀다. 지난 3월 보수 기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 주최 국가비상기도회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있는 3년 동안 30건의 탄핵이 추진됐다”며 “이렇게 나라를 흔드는 세력이 내란 세력 아니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2.29. photo@newsis.com

탄핵 국면 당시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한 것과 관련해서 이 후보자는 “당협위원장으로서 당(국민의힘)의 입장을 따라간 적이 한 번 있기는 했다”면서도 “그럼에도 계엄이 다시는 있어선 안 될 일이라는 생각은 분명히 갖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