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현수막/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페이스북

28일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이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국민의힘 소속인 이혜훈 전 의원을 지명한 데 대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후보자는 현직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서울 중·성동을)으로, 인사 검증 단계뿐만 아니라 장관으로 지명된 이날까지도 당 지도부에 관련 사실을 함구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긴급 서면 최고위원회를 열어 이 후보자를 제명했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제명 배경에 대해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이재명 정부의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하여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또 그는 국무위원 내정 사실도 밝히지 않은 채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선출직 공직자 평가에 나서는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였다”고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이 후보자의 장관 지명에 대해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며 “‘김중배의 다이아 반지가 그렇게도 탐나더냐’는 (신파극 ‘이수일과 심순애’의) 대사 한마디가 생각난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이회창 당시 대선 후보에 의해 한나라당에 영입됐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캠프 대변인을 맡았고,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선대위 부위원장을 지낸 친박 정치인이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비주류의 길을 걸었고,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새누리당을 탈당, 바른정당 대표를 지냈다.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했지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복당한 후인 2020·2024년 총선에서 각각 서울 동대문을, 서울 중·성동을에서 출마해 낙선했다. 대선 때 김문수 후보 캠프에서 뛰었고 최근까지도 서울 중·성동을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해왔다.

배현진 국민의힘 서울시당 위원장은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지낸 전직 중진의원이자 현직 당협위원장인 이 후보자가 이재명 정부에 합류한 것은 명백한 배신 행위”라고 했다. 서울시당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최근까지도 국민의힘 측에 지역구와 관련한 민원을 요청하고, 29일로 예정된 당원 연수회에 오세훈 서울시장의 축하 영상도 부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당 측은 “일반적으로 장관 인사 검증은 한 달 전부터 시작되는데, 이 후보자의 행태는 지극히 이중적”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도 “이 후보자는 인사 검증 동의까지 다 해놓고, 혹시 지명 안 될까 봐 끝까지 가면을 쓰고 있었다”고 했다. 주 의원은 페이스북에 과거 이 후보자가 ‘민주당의 내란 선동에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는 현수막을 게재한 사진도 첨부했다.

이 후보자가 운영하던 유튜브, 페이스북, 블로그는 현재 과거 게시물을 볼 수 없게 처리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