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특검 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 협상이 28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만나 오는 30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 법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 의결도 연내에는 어렵다고 주장하면서 법안 처리는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통일교 특검 논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가 전재수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인사에게도 금품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수사를 뭉갠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민중기 특검의 편파 수사 의혹은 빼고, ‘신천지의 국민의힘 개입 의혹’을 수사 대상에 넣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을 처리하겠다고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그 배경에 이재명 대통령의 ‘정교 유착 근절’ 발언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종교재단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례가 있다”며 “일본에서는 종교재단 해산 명령을 했다는데, 검토해 달라”고 했다. 지난 9일엔 “(종교단체 등) 법인도 반사회적, 지탄받을 행위를 하면 해산시켜야 한다”고 했고, 이튿날엔 “특정 종교단체와 정치인의 불법적 연루 의혹에 대해 여야, 지위 고하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했다.
이후 민주당은 통일교 특검에 ‘신천지’를 추가했다. 지난 22일 김병기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통일교, 신천지 등 특정 종교 단체와의 정교 유착 의혹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며 “특검 대상에 포함해 철저히 밝혀보자”고 했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24일 “정교 유착이 유죄로 확정된다면 국민의힘은 위헌 정당으로 해산돼야 한다”고 했다.
지난 26일 민주당은 신천지의 국민의힘 당원 가입 의혹 등을 넣은 ‘통일교·신천지의 정치권 유착 및 비리 의혹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상 특검 법안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이 이대로 밀어붙이면, 국민의힘을 겨냥한 ‘정교 유착 특검’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野 “통일교 특검이 뜬금없이 신천지 수사 왜 하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여야 협상이 결렬된 2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국민이 통일교 특검을 명령하는 이유는 통일교 측이 이 정권 정치인들에게 돈을 줬고 민주당에 단체로 당원 가입을 했다고 진술했는데도 민중기 특검이 눈감고 덮었기 때문인데, 뜬금없이 신천지 수사는 왜 하자는 것이냐”고 말했다.
장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법에 대해서도 “명백한 위헌”이라며 “국민의힘은 헌법소원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내란 재판부의 최종 목적은 국민의힘 해산”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헌법 수호 의지가 있다면 반드시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신천지를 넣었다고 과민 반응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통일교든 신천지든 선거에 개입했다면 민주주의를 훼손한 중대 사안”이라고 했다.
특검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당초 논의의 계기가 됐던 민주당 전재수 의원의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는 공소시효가 만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 의원은 2018년 무렵 통일교 측에서 현금 2000만원과 1000만원 상당 ‘불가리’ 명품 시계 1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 수수 혐의 피의자로 입건돼 있다. 실제 금품 수수 시점이 2018년 말 이전이라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인 7년은 이미 지났거나 곧 만료된다.
뇌물 혐의 공소시효는 1억원 이상이면 15년, 3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면 10년이라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 다만 시계 가격이 1000만원 미만이었다면 공소시효가 7년으로 정치자금법 위반과 같다. 이러면 통일교 특검이 가동돼도 전 의원 수사는 이뤄지지 않고, 이른바 ‘신천지 의혹’이 주된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