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정치권 내부에서 “함께 맞서 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계엄과 탄핵 관련 입장을 놓고 갈등했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 전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둘러싼 기류도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우리 당 장동혁 대표가 위헌적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막기 위해 장장 24시간 혼신의 힘을 쏟아냈습니다. 노고 많으셨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낼 때”라고 했다. 장 대표는 내란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며 24시간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해 당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 친한계 한지아 의원은 25일 SBS 라디오에서 “동지가 되자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고 했다.
장 대표는 25일 한 전 대표의 글에 대해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며 “그것으로 답변을 갈음하겠다”고 했다. 가까운 사이였던 두 사람은 한 전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장 대표는 이에 반대하며 정치적으로 멀어졌다. 장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지원을 받아 지난 8월 당대표에 선출됐고, 이후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친한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 2년의 중징계를 권고하며 친한계가 반발해왔다.
당 원로를 중심으로 장 대표와 한 전 대표 관계 회복을 중재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원내대표를 지낸 김성태 전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 장동혁·한동훈 갈등”이라며 “당내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서 장·한 갈등 중재 그룹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영남권 중진의원도 “분열만 거듭해서는 내년 지선에서 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누구보다 장 대표가 가장 잘 알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장동혁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대여(對與) 공동 투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통일교 특검을 시작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책 공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본지에 “민주당에 대항해서 (양당이) 뭐라도 같이 해서 밀어붙여야 하는 상황 아니냐”고 했다. 장동혁·이준석 대표가 조만간 만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그전에도 논의가 있었지만, 이젠 만날 수 있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