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토론 종결동의의 건 투표를 마친 뒤 우원식 국회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2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언론계에선 “허위·조작 정보의 기준이 모호하고, 소송 남발로 언론의 권력 비판 기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참여연대도 이재명 대통령에게 “재의요구원(거부권)을 행사하라”고 했다. 법이 공포도 되지 않았지만 민주당은 친고죄 등 일부 조항의 재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한 언론사나 유튜브 채널 등에 손해배상 책임을 강하게 물리겠다는 내용이다. 음모론을 퍼뜨리는 일부 유튜버의 행태를 막아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상당수 언론학자와 법학자들은 “법에 위헌 요소가 많아 민주당이 일부 조항을 수정한다고 해도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위배

이 법안은 정보의 내용이 ‘전부’ 허위일 때는 물론 ‘일부’만 잘못된 내용도 ‘허위 정보’라고 했고, 사실로 오인하게 하는 변형된 정보는 ‘조작 정보’라고 규정했다. 이런 정보를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의도’ 등을 가지고 유통하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교수는 “불법 행위를 규정하면서 ‘의도를 가지고’ 같은 모호한 문구를 썼다.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법조계에선 개정안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2008년 우리나라 외환 보유고가 고갈됐다는 글을 올렸던 ‘미네르바’ 박모씨가 낸 헌법소원과 관련, 2010년 헌재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한 사람을 처벌하는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공익을 해할 목적’이란 법 조항이 불명확해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이 사건 당시 민주당은 “민주국가 시민이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어떤 시도도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자신들의 과거를 뒤집는다”고 했다.

◇권력자 ‘보도 억압’ 소송전 가능성

이 법안은 허위·조작 정보 유통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물리게 했다. ‘증명이 어려운 손해’는 최대 5000만원까지 배상하게 했다. 법원이 허위·조작 정보로 확정된 정보를 두 번 이상 유통한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최대 10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있다.

특히 이 법안은 정부 고위직·정치인 등도 언론과 유튜브 등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게 해놨다. 언론계 등에서 “권력자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막으려고 소송전을 남발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대목이다. 이른바 보도나 추가 취재를 막기 위한 ‘봉쇄 소송’을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법안에 ‘공공 이익을 위한 정당한 비판과 감시 활동을 방해하려는 목적’일 경우 언론 등이 법원에 ‘중간 판결’을 신청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공직 선거 후보자, 공공기관장, 기업 임원·대주주 등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고, 법원이 ‘중간 판결’에서 소송 각하를 할 경우 이들이 각하 판결을 공표하게도 했기 때문에 권력자의 소송 남용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이에 대해 이인호 중앙대 교수는 “법원에 사법 판단 이상의 부담을 지우고 자의적 판단을 하게 해, 사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했다.

◇막강한 권한 갖는 방미통위

민주당은 허위 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일 경우 처벌하는 조항은 ‘친고죄’를 적용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친고죄는 피해 당사자가 처벌을 원해야 수사·기소·처벌이 가능한 범죄다.

애초 민주당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심사에선 허위 사실 명예훼손에 대해 친고죄를 적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친고죄 조항이 삭제됐다. 한 법조인은 “비판 언론 길들이기에 활용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도 과방위에서 없앴다가, 법사위 등을 거쳐 최종안에 다시 남겼다.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는 “세계적으로도 입법례를 거의 찾기 어려운 죄”라며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도입해 언론에 이중 법적 부담을 지운 것”이라고 했다.

언론계는 “국가가 허위·조작 정보를 판단하고 금지하겠다는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우선 손해배상 소송 대상이 되는 언론·유튜브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번 정부에서 출범시킨 방미통위가 주무 부처가 될 전망이다. 방미통위 위원장은 진보 성향 헌법학자인 김종철 위원장이다.

심석태 한국언론법학회장은 “방미통위 입맛대로 언론사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야권 관계자는 “막강해진 방미통위가 고무줄 잣대로 정권 비판적인 언론·유튜브 채널에만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어찌 장담하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