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특검 추진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공전하고 있다. 통일교 특검 논의는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주도해온 가운데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 수용하겠다고 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수사 대상과 특검 추천 주체를 두고 민주당은 야 3당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민주당이 합의를 미루면 공동 단식 등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4일 “2차 종합 특검과 통일교 특검을 가급적 가장 이른 시일 내에 처리하도록 모든 당력을 기울여달라”고 원내에 특별 지시했다. 민주당은 통일교 특검을 연내 국회에서 처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통일교 특검 처리에 여러 조건을 달고 있다. 일단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지명하도록 하자고 하고 있다. 양당은 수사 대상에 통일교의 여야 정치권 로비 의혹과 함께 통일교 측으로부터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의 금품 수수 관련 진술을 듣고도 뭉갠 민중기 특검의 수사 은폐 의혹을 넣자고 한다. 조국혁신당은 특검 후보는 로비 연루 의혹이 있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아닌 비교섭단체 정당인 자기들이 추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특검 추천권을 사법부(대법원)에 맡기자는 주장은 국민 상식과 거리가 멀다”고 했다.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를 추천한 적이 네 차례 있었는데도, 김 원내대표는 “법원행정처가 특검을 추천하는 건 특검을 하지 말자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특검 후보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1명씩 추천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 경우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추천 후보를 특검으로 임명하면 사실상 민주당 지명 특검이 된다. 이런 우려 때문에, 여야가 특검 후보를 1명씩 추천한 전례는 거의 없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 일각에선 헌법재판소뿐 아니라 변협이나 친여 성향의 민변 등에 추천권을 주자는 말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자기 입맛에 맞게 특검을 추천하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민주당은 수사 범위를 놓고도 야당과 완전히 다른 말을 했다. 민중기 특검의 수사 은폐 의혹은 빼고, 사실상 국민의힘을 겨냥한 수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2022년 대선에서 통일교와 국민의힘이 유착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캐자고 했다. 정청래 대표는 “2022년 대선에서 자행된 국민의힘의 (통일교 관련) 쪼개기 정치 후원금 수수 의혹의 실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했다. 또 이미 의혹을 부인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거론하며 “나 의원은 천정궁에 갔는가, 안 갔는가”라고도 했다. 당대표비서실장인 한민수 의원은 “김건희 특검인 민중기 특검을 수사하겠다는 것은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의도이자 정치 공세”라고 했다.
대통령실도 힘을 실었다. 이규연 홍보수석은 이날 유튜브에 나와 “대통령은 정교 유착 문제에 대해 이번에 거침없이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가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지위 고하와 여야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수사하라는 게 대통령의 지시라고 했다. 다만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대신 ‘정교 유착’이란 용어를 썼다.
민주당이 통일교 특검을 하자면서도 여러 단서를 달자, 야권에선 연루된 민주당 인사들의 공소시효를 의식한 행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전재수 의원 사건을 겨냥해 “통일교 관련 2018년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는 2025년 12월 31일에 만료된다. 공소시효가 임박한 상황인데, 민주당이 당장 특검 도입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지연 전술을 계속한다면 증거를 인멸하고 관련자들이 말을 맞출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진심이라면 올해가 가기 전에 이 법안에 동의하라”고 했다.
이날 정청래 대표는 “정교 유착은 위헌 그 자체로서 민주적 기본 질서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라며 “국민의힘과 통일교의 유착이 유죄로 확정된다면, 국민의힘은 위헌 정당으로 해산돼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막말”이라며 “오히려 해양수산부 장관을 사퇴한 전재수 의원 등 이재명 정권 핵심 인사들의 통일교 유착이 유죄로 확정된다면 이재명 정권이 해산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