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2일 통일교 특검을 수용하기로 입장을 바꾼 것은 내부적으로 “손해 볼 것이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통일교 특검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고, 연루된 전재수 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이 금품 수수 등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특히 통일교가 과거 대선 등에서 국민의힘에 전방위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있어, 특검 수사에 들어가면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교 특검에 대해 “못 받을 것도 없다”며 “국민의힘 연루자를 모두 포함해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까지만 해도 통일교 특검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통일교 특검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언감생심”이라고 했다. 당시 민주당 전현직 의원의 연루 의혹이 연달아 터지자 민주당은 야당의 특검 요구를 차단했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전날까지도 “(통일교) 특검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수용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이 같은 민주당 분위기는 전날 오후 고위 당정 협의회 이후 달라졌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들도 통일교 특검에 찬성하는 여론이 반대보다 우세하고, 민주당 내부 여론조사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게 한 원인이다. 한국갤럽의 지난 16~18일 조사에서 특검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62%였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 67%가 특검에 찬성했다. 국민의힘 지지자(60%)나 무당층(53%)보다 높은 수치였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이날 “당내에서 여론조사를 보면서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긴밀하게 조율해 왔다”고 했다.

그동안 통일교는 여야 정치권 인사들에게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벌여왔다. 다만, 통일교가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의힘에 대한 로비 등에 더 힘을 실었기 때문에 특검이 수사에 들어가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불리해질 수도 있다는 게 민주당 판단이다. 예컨대, 통일교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한일 해저 터널 건설은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부산·경남 지역의 현안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혹의 중심에 있는 전재수 의원이 ‘떳떳하다’고 하는 점 등도 특검 수용으로 입장을 선회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개혁신당이 모두 “여야 가리지 말고 통일교 특검을 추진하자”고 하면서, 쟁점은 특검 추천 방식과 수사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통일교 특검 등에 관해 회동한 뒤 “통일교 특검은 각자 법안을 제출하고 협의해서 신속하게 실행하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전날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발의하기로 합의했다. 특검 추천·임명은 법원행정처가 특검 후보를 2명 추천하고, 대통령이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는 방식으로 하기로 합의했다. 수사 대상은 여야 정치인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김건희 특검팀을 지휘하는 민중기 특검이 여권 인사와 통일교의 유착 의혹을 알고도 뭉갠 의혹 등을 넣기로 했다. 민중기 특검의 주가 조작 의혹과 김건희 특검팀 수사를 받던 양평군 공무원이 숨진 사건 등은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23일이나 24일쯤 양당이 합의한 법안을 낼 예정이다.

정치권의 눈길은 민주당의 통일교 특검법안에 쏠린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직접 특검 후보를 추천하고, 야권 인사들에 대한 통일교 로비 의혹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게 법안을 만들어 처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또다시 야당만 탄압하는 특검만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민주당의 부패 정치인들이 수사받을 수 있는 특검이 돼야 하는 것이지, 민주당이 지연 전술을 통해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