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사건’을 조사하는 이호선 당무(黨務)감사위원장이 “들이받는 소는 돌로 쳐 죽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당원 게시판 사건 조사에 반발하는 친한계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무감사위는 16일 회의에서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당원 게시판 사건’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안(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원 게시판 사건’은 지난해 한 전 대표 가족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글을 당원 게시판에 올렸다는 의혹이다. 당무감사위는 이로부터 일 년 만인 지난달 당원 게시판 사건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의 종교적 태도를 조롱했다는 이유 등으로 친한계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조사 개시도 통보했다.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월 임명한 인물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15일 개인 블로그에 “소가 본래 (들이) 받는 버릇이 있고, 임자(주인)가 그로 말미암아 경고까지 받았음에도 단속하지 않아 사람을 받아 죽인다면, 그 소는 돌로 쳐죽일 것이고 임자도 죽일 것”이라고 썼다.
이는 구약 성경(출애굽기)을 인용한 것으로, 이 위원장은 “성경은 경고를 받았음에도 단속하지 않았다면, 소가 사람을 죽였을 때 임자도 함께 죽일 것이라고 명한다”며 “위험성이 드러났음에도 관리하지 않고 방치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사고가 아니라 예견된 재난”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알면서도 행하지 않은 것은 일종의 고의”라면서 “우리가 소유·관리하는 것들 중에 ‘받는 버릇’을 가진 것은 없는가. 혹시 이미 경고를 받지는 않았는가. 그런데도 단속하지 않고 있지는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일견 성경 해설과 관련한 내용이지만 정치권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당무감사위가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인 김 전 최고위원과 관련한 안건을 논의하기 직전에 올린 글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이 위원장이 ‘당원 게시판 사건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같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발탁한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도 전날 밤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원 게시판 사건과 관련해 “당내에 오래된 고름 같은 문제”라면서 “연내에 고름을 째고 나면, 새해엔 당 외부 문제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년이 된 당원 게시판 문제의 진상 규명을 하지 않는다면 고름이 안에서 점점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진행자가 “감사 결과에 따라 한동훈 전 대표 제명 등 극단적인 조치도 가능하다는 말이냐”고 묻자 장 부원장은 “한동훈 씨는 진작 이러한 것들을 알고 있었을 것이기에 어떤 징계를 내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치하기가 좀 어렵지 않겠나”라고 했다. 장 부원장은 ‘윤(尹)어게인’ 노선을 지향한다는 것이 정치권 평가다.
친한계는 이 같은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혹시라도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결정이 내려지면 저는 모든 정치적·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우재준 최고위원도 “당원 게시판 조사가 특정 정치 세력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 당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앞서 “당을 퇴행시키는 시도가 참 안타깝다”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