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는 중에 강제로 마이크를 끈 데 대해 “국회법에 따른 합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국회의장이 야당 의원의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킨 것은 61년 만이며, 이에 대해 국민의힘 등은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우 의장은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엊그제 있었던 일들에 대해 국민의힘에서 많은 비판이 있어 국회의장으로서 의견을 말씀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 의장은 “나 의원은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해서 찬성하는데, 민주당 8대 악법의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시작한다고 했다”며 “이를 그대로 두고만 볼 수는 없는 것이며 의장에게 국회법 위반 행위를 눈감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 의장은 “국회법이 정한 무제한 토론은 시간 제한이 없다”고 했다. 다만 “의제는 국회법의 제한을 받는다. 국회법 106조의 2는 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 토론을 규정했고, 국회법 102조는 의제와 관계없거나 허가 받은 성질이 다른 발언을 안 된다고 규정됐다”고 했다.

우 의장은 “의장의 조치는 과거 사례에 비해서도 온당하다. 과거에도 무제한 토론 중에 의제를 벗어나는 경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이에 대해 전임 의장단이 여러 차례 경고한 것도 사실이다”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의장의 회의 진행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점은 과거에는 의장이 의제에 맞는 토론을 요청하면 발언하는 의원이 원만한 의사 진행에 협조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했다.

우 의장은 “시작부터 국회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하고, 의장의 요청을 거부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에 대한 의장의 조치를 권한 남용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했다. 우 의장은 “긴급한 비상 계엄 상황에도 국회법에 따른 절차를 목숨처럼 지켰다”며 “국회법은 기본이고, 기본을 지키는 건 본분”이라고 했다. 우 의장 발언 도중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우 의장은 발언 중간에 “잘 좀 들어보시라”고 대꾸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뉴스1

우 의장 발언 이후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형사 사건의 하급심 판결문 공개를 확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관련해 필리버스터를 하려 우 의장에게 인사를 한 뒤 연단에 올랐다. 곽 의원은 연단에 오른 뒤 ‘61년 만에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방해한 곳’ ‘국회의장님, 또 마이크 끄시게요’라고 적힌 피켓을 앞에 두고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이번엔 민주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우 의장은 “제가 봤는데, 아까부터 말씀드린 대로 시작부터 국회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나경원 의원) 발언을 중단시켰는데, 이거를 이렇게 항의하면, 항의하는 대로 두셔도 괜찮다”고 했다. 우 의장은 “곽규택 의원이 앞에 설치한 것은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국회법을 본인이 계속 어기겠다고 하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국민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했다.

우 의장은 “곽 의원도 무선 마이크를 가져온 점도 국민에게 사과하고, 회의 진행에 방해되는 피켓을 든 것도 내리는 것이 국회법을 지키는 것이라고 충고 드린다. 하시고 싶으면 하시고 하시기 싫으면 마시길 바란다”고 했다. 곽 의원은 “(무선 마이크가 아닌) 무선 녹음기”라며 피켓을 세운 채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