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회부의장은 10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스스로를 ‘의회주의자’라 부르면서, 소수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자의적으로 중단시키고 국회법의 근간을 흔들었다”며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권의 입법 폭주를 비호하는 시녀 노릇을 자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의장은 정치적 중립을 위해 국회법에 따라 당적(黨籍)을 가질 수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 출신인 우 의장이 일방적으로 여권 편파적인 국회 운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원식(오른쪽) 국회의장과 주호영 국회부의장. /뉴시스

주 부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전날 본회의장에서 벌어진 우 의장의 행위는 국회 역사에 남을 중대한 일탈”이라면서 “소수당의 권리인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다수당 출신 의장이 마음대로 재단하려 든 것 자체가 제도의 취지를 몰각한 무식한 처사”라고 했다. 우 의장은 전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지 13분 만에 마이크를 끄고 발언을 가로막았다. 나 의원이 의제와 무관한 토론을 한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에도 우 의장은 정회를 선포하거나 수차례 나 의원의 마이크를 껐다가 키는 등 발언을 제한했다.

주 부의장은 “국회의장의 ‘입틀막’은 헌정 사상 극히 드문 사태다. 이런 일은 (헌정사상) 단 두 번뿐이었다”고 했다. 그는 “필리버스터는 내용까지 의원의 양심에 따라 보장되는 제도로, 의장의 개입은 금지돼 있다”며 “그럼에도 우 의장은 나 의원의 발언을 무조건 ‘의제 외’라고 단정하더니 마이크를 끊었다. 이는 사회자인 국회의장이 토론의 내용을 재단한 것으로, 어떤 국회의장도 시도한 적 없는 초법적 행위”라고 했다. 또한 주 부의장은 “무제한 토론이 종료될 때까지 회의를 계속해야 한다는 국회법까지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회를 선언했다”고 했다.

주 부의장은 “의장단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우 의장은 짐승들이 자기 흔적을 남기듯 의장단과 국회의원들의 동의도 없이 국회 곳곳에 정파적 상징물을 남기더니 이제는 아예 소수당의 발언권을 짓밟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 부의장은 “우 의장은 즉각 국민과 국회에 사과하고 본연의 중립적 의사 진행자로 복귀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번 사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무너진 의회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