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8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유지 요건을 강화하는 ‘필리버스터 제한법’(국회법 개정안)을 당장 상정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 개정안은 내일(9일) 본회의에 올리지 못할 것 같다”며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만큼 비쟁점 법안 위주로 처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의 합법적 의사 지연 제도를 무력화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 법안은 필리버스터 진행 중 재적 의원 5분의 1 이상(60명 이상)이 출석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중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현재 107석인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지속하기 어려워진다. 현행법에서도 24시간이 지나면 토론을 강제 종결시키고 법안을 표결에 부칠 수 있지만, 이를 더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또 의장단의 체력적 부담을 이유로 필리버스터 진행을 의장·부의장이 아니라 의장이 지정하는 의원에게 맡길 수 있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지난 3일 국회 운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국정 운영과 각종 개혁 입법에 대한 발목잡기용으로 변질된 필리버스터를 상식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개정안”이라고 했다.
당초 민주당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한 뒤, 10일부터 열리는 12월 임시국회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 등 쟁점 법안을 순차적으로 처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민의힘의 전면적 필리버스터를 차단한 뒤 법안들을 통과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그렇지만 국민의힘이 “소수 야당의 유일한 저항 수단마저 무력화하는 법”이라고 반발하고, 또 범여권인 조국혁신당에서도 “필리버스터는 소수 의견을 보호하고 숙의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제도적 장치”라면서 법안 개정에 반대하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