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7일 소수 야당의 저항 수단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겠다고 재확인했다. 국민의힘과 조국혁신당 모두 “소수를 보호한다는 법안 정신을 훼손하는 개정안”이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정 운영과 각종 개혁 입법에 대한 발목잡기용으로 변질된 필리버스터를 상식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 등을 처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오는 10일부터 소집되는 12월 임시국회에서 이른바 필리버스터 제한법을 처리할 방침이다.
조 사무총장은 법안 처리 순서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임시국회에서 필리버스터 제한법을 우선적으로 처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의 전면적 필리버스터를 차단한 뒤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 등 쟁점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 개정안은 필리버스터 진행 중 재적 의원 5분의 1 이상(60명 이상)이 출석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중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이 시행되면 107석인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장기간 지속하기 어려워진다. 현행법에서도 24시간이 지나면 토론을 강제 종결시키고 법안을 표결에 부칠 수 있지만, 이를 더 앞당기려는 게 민주당의 의도다. 국민의힘은 “소수 야당의 유일한 저항 수단마저 무력화하는 법”이라고 반발하지만 민주당은 처리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안에는 또 필리버스터 진행을 의장·부의장이 아니라 의장이 지정하는 의원에게 맡길 수 있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민주당은 장시간 사회를 봐야 하는 의장단의 체력적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민주당도 야당 시절 필리버스터에 나섰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초선 의원이었던 1964년 동료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막기 위해 5시간 19분 동안 발언한 게 필리버스터의 시초다. 이후 1973년 국회법 개정으로 발언 시간이 제한됐다가, 2012년 국회법 개정으로 필리버스터가 재도입됐다. 민주당은 야당이던 2016년 2월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면서 9일에 걸쳐 필리버스터에 나서기도 했다. 민주당이 거대 여당이 되자 국회에서의 합법적 의사 지연 제도에 대한 무력화를 시도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